'공정위 혼자 왜이리 급하냐'…국회도 혀 찬 플랫폼법 독주
“사필귀정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7일 한 여당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공정위는 이날 플랫폼법 핵심 조항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안 추진을 발표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당초 정치권에는 공정위가 설 연휴 이전 자체 법안 초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의원실을 통한 ‘청부 입법’ 가능성도 거론됐다. 플랫폼법 추진에 그만큼 사활을 거는 모습이었다는 후문이다.

공정위의 무리한 속도 내기가 ‘실축’으로 이어졌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국회에는 이미 정부안을 포함해 19개에 달하는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고, 여권 내에서조차 공정위 독주에 반발하는 기류가 컸다. 플랫폼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른 부처 의견을 청취만 해놓고 ‘부처 간 조율이 모두 끝났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등 시종일관 과한 행보를 보여 왔다”며 “‘의원 입법’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공정위가 과도한 규제를 원해 의원들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약 7개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음도 여러 차례 나왔다. 여권에서는 업계 반발, 미국 등과의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공정위 독주를 불편해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 도입 필요성 또는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한 여당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주장하듯 플랫폼 법안을 도입한다고 소상공인의 부담이 당장 내려가겠느냐”며 “훨씬 더 중요한 민생, 경제 관련 법안이 산재해 있는데 효용도 불분명한 법안에 왜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법안) 폐기는 아니다”며 불씨를 살려뒀다.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1월 차담회)는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형적 규제를 졸속으로 만드는 게 훨씬 더 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공정위는 “정말로 소상공인을 위해 속도를 낸 것이 맞느냐”는 정치권 물음에 자답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