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지난해 12월 70억달러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가 2년3개월 만에 최대 폭 흑자를 기록하면서 크게 불어난 서비스수지 적자를 상쇄했다.

경상수지 8개월째 흑자…작년 350억달러 넘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74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4억4000만달러) 후 최대 폭 흑자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 흑자다. 상품수지는 80억4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전월 68억8000만달러에서 흑자 폭이 커지면서 2021년 9월 이후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이 회복하고, 승용차 수출이 호조를 띤 영향이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이 줄어든 것도 흑자 증가에 기여했다. 하지만 서비스수지는 25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인 방한 관광객 감소로 여행 수입이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3억4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연간 기준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2022년 258억3000만달러보다 100억달러 가까이 증가하면서 한은의 전망치인 300억달러를 무난히 넘어섰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되면서 전망 수준을 웃돌았다”며 “지난해 11~12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됐고, 대중 무역수지도 적자 폭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 852억달러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서비스수지가 크게 부진해서다. 작년 서비스수지는 256억6000만달러 적자로 2019년 268억5000만달러 후 4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가 125억달러에 달했다. 내국인의 해외관광이 늘어난 데 비해 중국인 관광객 등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재투자수익수입 잠정치는 -88억1290만달러로 집계됐다. 재투자수익수입은 한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지분율 10% 이상)가 쌓아둔 해외 유보금이다. 재투자수익수입이 감소한 것은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법인세 제도 개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보낸 배당금 중 95%에 해당하는 금액에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와 투자를 늘리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