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종말? 작지만 쎈 '예술영화' 조용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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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관계자들은 "영화 '기생충' 이후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의 진입 장벽이 조금은 낮아진 듯하다"며 "상업 영화 쏠림은 여전하지만, 눈에 띄는 몇 작품들이 (예술 영화에) 좋은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50만 넘어선 괴물
최근 가장 성공적인 예술영화로 꼽히는 작품은 단연 '괴물'이다. 지난 11월 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지난 2일 개봉 66일 만에 관객 수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예술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영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 갈등, 동성애 등 학교라는 배경을 토대로 우리 사회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동일한 사건을 아이, 학부모, 교사 세 명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보여준다.
괴물은 여타 예술영화와 달리 제작 규모가 큰 영화다. 비교적 긴 상영 기간, 적극적인 마케팅 등 여러 요소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영화 손익분기점(BEP)은 127만명으로 현재 기준으로 상업적으로 '대박'을 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예술영화의 존재감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공"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예상 웃도는 관심
영화는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 난 기대작이었다. 칸 영화제뿐 아니라 미국 골든글로브 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다 현재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5부문 후보에 오르며 관심을 받는 상태다. 작품을 연출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이번 영화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 번째 여성 감독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남편의 추락사를 두고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와 이를 목격한 시각장애인 아들을 둘러싸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법정 드라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정황을 가지고 사건의 전말을 추측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과 부부 관계의 불편한 민낯이 낱낱이 해부된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결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다 보니 후기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관객이 모이고 있어 연휴에 5만 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미안해요, 리키'(2019)를 연출한 켄 로치는 "인간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다"는 평가받는 감독이다. 그런 그의 영화답게 이번 작품에도 사회적인 연대와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여전히 갈 길 멀어"
이외에도 '사랑은 낙엽을 타고', '더 베어스', '덤 머니', '클럽 제로' 등 다양한 예술영화가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상업 영화에 비교하면 역부족이지만, 예상을 웃도는 관심을 받은 작품이 많다,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극장 관객들이 돌아오고, 몇몇 영화가 시장에서 잘 버티면서 다른 예술영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조금씩 기회가 열리는 듯 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예술 영화가 산업적으로 안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 평론가는 "여전히 상업 영화에 편중돼 있고 극장은 획일화돼 있다"며 "정책적으로 독립·예술영화에 영화에 대해서도 기회를 주는 극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안시욱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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