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운전자 절반 이상 스트레스…'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급"

우회전 교통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사항을 세부적으로 알고 있는 운전자가 1%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회전 통행법 정확히 알고 있는 수도권 운전자는 0.3%"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시민 600명(운전자 400명·보행자 200명)을 대상으로 우회전 통행방법 관련 인식조사를 토대로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75.3%는 우회전 일시정지 중 뒤차량으로부터 보복성 행동(경적이나 전조등 위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78.3%는 일시정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앞차량의 일시정지로 답답함을, 운전자의 65.3%는 우회전 중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로 인해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22년 도로교통법 개정과 지난해 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시행에 따라 차량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와 관련 우회전 통행 변경으로 운전자 중 58.8%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특히 출퇴근 운전자 중 스트레스를 받는 비중은 67.0%로 더 높았다.

운전자의 67.5%는 보행자가 없어 일시 정지를 위반하고 우회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운전자들이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는 사유로는 '빨리 가고 싶어서'(30.6%)보다 '정확한 통행방법을 몰라서'(32.4%)가 더 높게 나왔다.

변경된 우회전 통행방법에 대해 운전자의 40.3%는 '알고 있다'고 응답해 '모른다'는 응답 비율 6.8%보다 높았다.

하지만 경찰청 홍보물을 기준으로 법적으로 올바른 우회전 통행방법에 대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우회전 방법의 세부 내용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운전자는 400명 중 1명(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전 통행법 정확히 알고 있는 수도권 운전자는 0.3%"
대부분 운전자가 잘못된 통행방법으로 우회전하다 보니 운전자 간 다툼 등 혼란만 발생하고 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우회전 도입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잦은 법령 개정에 따른 운전자 혼란을 1순위(35.8%)로, 불필요한 교통체증 유발(21.3%)을 차순위(21.3%)로 꼽았다.

우회전 개선 방안으로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 설치(37.0%), 홍보 및 교육 강화(25.5%), 대형차량 사각지대 방지장치 부착(15.8%) 등을 들었다.

이에 연구원은 대안으로 고비용의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보다 우회전 전용신호등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행자를 위협하는 교통섬 삭제와 교차로 회전반경 축소, 도로 모퉁이 횡단보도 이설 등 교차로 구조 개선안을 제시했다.

보행횡단 사고 사망 비율이 승용차 대비 2.2배 높은 대형차량에 대해 사각지대 방지 장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횡단보도 어린이 대기공간인 '세이티브 아일랜드'를 설치하는 한편, 운전석을 현행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누구도 잘 알지도 못하는 일시정지에 집착하고 있다"며 "일시정지가 아닌 운전자 스스로 우회전 시 무조건 서행하는 교통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