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 이슈로 증시가 급등락하는 가운데 유통주의 존재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PBR이 낮은 종목군으로 꼽힌 데다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등 정책 수혜 기대가 겹치면서 동반 급등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다만 실적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봄바람' 부는 유통주…어떤 종목 담아볼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 유통업종 지수는 0.24%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0.92% 하락한 가운데 약진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방안을 밝힌 지난달 22일 이후로는 15.74% 올랐다.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건 대부분 유통주의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점이 주목받으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상이 돼 주주환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 올렸다. 주요 유통주의 PBR은 롯데쇼핑 0.26배, 이마트 0.22배, 신세계 0.42배, 현대백화점 0.29배, GS리테일 0.57배다. BGF리테일(2.27배)만 1배 이상이다.

간만에 유통주 주가가 시원스레 올랐지만, 증권사의 유통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통주는 낮은 PBR이 마땅할 만큼 자기자본수익률(ROE), 시장 지배력, 이익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주의 지배주주귀속순이익 기준 3년 평균 ROE는 롯데쇼핑 -16.22%, 이마트 1.71%, 현대백화점 1.68%, GS리테일 -2.65%에 그친다. 작년 기준 코스피 합산치인 8.05%에 한참 못 미친다. BGF리테일과 신세계는 각각 17.72%와 8.25%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면 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부동산 경기가 식어 있다 보니 적절한 자산 매각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현대백화점이 꼽혔다. 부채비율이 낮은 데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자사주 지분율도 6.61%로 주요 유통주 중 가장 높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업황 회복과 규제 완화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롯데쇼핑은 2022년 시작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상품기획(MD) 통합의 성과가 돋보인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롯데쇼핑의 대형마트 부문과 슈퍼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전년 대비 0.8%포인트와 0.4%포인트 올라 연간 1100억원의 이익 개선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비해 MD 통합 작업에 늦게 착수한 이마트는 의무휴업 규제 완화의 수혜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휴일 매출 비중이 큰 창고형 매장(트레이더스)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이 연구원은 규제 완화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를 이마트는 약 700억원, 롯데마트는 약 4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