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연구기관장 신년 좌담회…영국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도 자리
"한국, 핵위협에도 비확산 준수…세계가 북핵폐기 더 노력해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도 자체 핵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 4개 연구기관과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한 2024년 정세환경 평가 및 전략 구상'을 주제로 신년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통일연구원 김천식 원장, 국립외교원 박철희 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석희 원장,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박영준 소장이 자리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야 하며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체제, 유럽연합 국가들과의 협력 등을 통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핵무기 확산 방지 규범 체제와 관련해서도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현재 북한의 실질적 핵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비확산 규범을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이 점을 세계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한국이 국제 규범, (핵) 확산 금지 규범을 철저히 지켜나간다는 점을 주시하고,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를 비롯한 주한 외교사절들도 참석했다.

좌담회 주요 주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남북 '적대적 두 교전국가론'과 선제 핵 공격 위협 등 북한의 대남 전략에 대한 분석이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해 "상당한 블러핑(속이기 위한 허풍)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쟁 위기 조성을 통해 한미가 불안감을 갖게 함으로써 양보하게 하려는 것이고, 한미를 이간시킬 수도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영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은 미국 조야에서 불거지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 우려'에 대해 "북한이 핵전력에서 앞서고 있지만, 군사 태세를 볼 때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해 "국제적으로 볼 때 한국이 북한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언젠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북한이 우리에게 확실히 넘겨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의 이런 '노선 변경'이 김일성·김정일 선대로부터 이어진 방침을 뒤집은 것이라며 "세습 권력의 기반이 되는 것들을 허물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한 내부의 이념적 공백·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