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리세력 때리며 팔 독립국 건설 등 평화 구상
WSJ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동이 가장 시급한 과제"
매파 네타냐후·불편해진 사우디 등 꼬인매듭 수두룩
중동 살얼음판…미 '당근과 채찍' 균형점 잡을 수 있을까
연일 포성이 울리는 중동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일컫는 이른바 '저항의 축'을 군사적으로 억제하는 한편, 난제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외교적 해법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이 중동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으로 외교와 군사 행동을 병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과 이란의 영향력 약화하기 위한 외교·군사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금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동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개전 2년이 다 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긴장 관계 완화 등 국제적으로 굵직한 현안이 있지만 꼬인 중동 정세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이라는 진단이다.

미국 정부는 중동에서 군사력을 적절히 쓰면서 외교적 묘수도 발휘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4일 중동행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고민을 보여준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잇달아 방문한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블링컨 장관이 중동을 찾기는 벌써 5번째다.

WSJ은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합의 보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인질 석방 합의가 더 큰 외교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증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휴전을 끌어내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지난달 28∼29일 프랑스 파리 회의를 통해 휴전과 인질·팔레스타인인 수감자 교환 방안 등을 담을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이 완전히 중단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만 휴전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하기 전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미국의 중동 구상이 빛을 보려면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구상)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

이집트 등 중동 국가와 여러 서방 국가들은 전후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언론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이 가능할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시나리오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와 관련, WSJ은 가자지구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위한 미국 정부의 과제에 네타냐후 총리의 협조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독립국 인정은 가자지구 휴전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 문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는 작년 3월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한 뒤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논의에 속도를 냈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터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사우디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수교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단서를 달았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수교를 위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라는 미국의 커다란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두 국가 해법의 진전이 필요하다.

중동 살얼음판…미 '당근과 채찍' 균형점 잡을 수 있을까
아랍 우방국들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추진하는 미국은 이란의 대리세력들을 향해서는 강력한 채찍을 들었다.

미국은 2일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및 관련 민병대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고 그다음 날인 3일에는 영국과 함께 예멘의 수도 사나 등에서 후티 반군 시설을 공격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을 이틀 연속 때리면서 무력을 과시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타워 22'를 겨냥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자 친이란 무장세력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해왔다.

아울러 미국은 홍해에서 상선들을 위협하는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를 공격해왔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결국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은 군사력 사용이 자칫 중동 내 전쟁을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에 대한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중동에서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