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
"소방수련원 확대 설치하고, 심리 상담 적극 시행해야"
소방관 10명 중 4명 PTSD·수면장애 등 호소…5%는 자살 고위험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의 정신 건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소방공무원 5만2천8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은 2만3천60명(43.9%)이었다.

질환별(복수응답)로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다.

전년과 비교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6.5%포인트, 우울 증상은 1.3%포인트, 수면장애는 2.6%포인트 감소했다.

문제성 음주는 0.2%포인트 늘었다.

자살 고위험군은 2천587명(4.9%),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천465명(8.5%)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간 소방 활동을 하면서 외상 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노출된 평균 횟수는 전년과 동일한 5.9회로 나타났다.

1년간 15차례 이상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는 소방관 비율은 10.7%로,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소방관 10명 중 4명 PTSD·수면장애 등 호소…5%는 자살 고위험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해 엔데믹으로 소방대원의 마음 건강 상태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관리가 시급한 이들이 많다"며 "이상 기후 등으로 대형 사고에 대한 출동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치료 지원 시스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소방관 직무 특성상 일반인은 접하기 힘든 참혹한 현장에 꾸준히 노출되는 만큼 심리 치료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최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처럼 동료를 잃는 아픔과 더불어 매일 같이 참혹한 인명피해를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마음 건강 등을 위한 심신수련원은 이제야 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관 10명 중 4명 PTSD·수면장애 등 호소…5%는 자살 고위험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소방심신수련원은 2026년 강원 강릉시에 준공될 예정이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경찰수련원이 충남 보령시와 전북 부안군, 인천 강화군, 제주 제주시 등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의원은 "소방수련원을 권역별로 확대하는 한편 소방관이 충분히 회복하고 쉴 수 있도록 근무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심리 치료 센터 확대 등 관련 인프라 확대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면 심리 상담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그 대상을 소방대원의 동료나 가족 등 주변 인물까지로 늘리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