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최대 성수기에도 약한 수요는 강력한 메시지 발신"
中 춘제 앞두고도 돼지고기 소비↓…"경제 심각성 드러내"
중국에서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명절의 필수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뚝 떨어져 심각한 경제 문제를 드러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 보도했다.

베이징 신민 시장에서 20년간 영업해온 상인 우아이전 씨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5분의 1가량 떨어졌는데도 예년 연휴 기간보다 판매량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우씨는 "춘제가 이미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올해 돼지고기 가격 인상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에서 수백㎞ 떨어진 중국 동부의 돼지고기 공급업자 궁청 씨도 이전에는 현지 건설과 섬유 산업의 기둥인 이주노동자(농민공)들이 춘제에 돼지고기를 사려고 약 1천위안(약 19만원)을 썼는데 지금은 겨우 300위안(약 6만원)을 쓰거나 아예 안 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돼기고기 수요는 지난 수개월간 둔화했지만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약한 수요는 임금 감소가 가계를 강타하고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면서 소비와 (돼지고기) 공급 과잉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컨설팅회사 상하이 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100만t 줄어든 약 5천400만t으로, 극적인 감소는 아니지만 가족들이 소비와 여흥을 다시 즐기게 된 시기에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던칸 뤼글리는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에서 외식 인구가 급증했음에도 돼지고기 수요는 명백히 공급을 쫓아가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데이터가 드물긴 하지만 양돈업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고자 생산을 늘렸다고 전했다.

또 최근 몇 년간 거대 양돈 기업들이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돼지 사육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

이에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손실을 줄이고자 지난해 말 돼지 도축을 가속하면서 돼지고기 생산량이 9년 만에 최대인 5천794만t을 기록했다"며 돼지 생산 규모 감축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으로 글로벌 돼지고기 소비와 생산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미국보다 5배 많이 먹는다.

이에 중국에서 돼지고깃값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는데, 특히 돼지고기 가격 변동(-26.1%)의 영향이 컸다.

이러한 흐름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고조시킨다.

소비 감소는 특히 이주노동자, 블루칼라 등 저소득층 사이에서 두드러진다고 시토니아 컨설팅의 다린 프리드리히스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부유한 지역인 장쑤성의 한 도시에서 이주노동자 수만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10여개의 식당을 관리하는 리푸민 씨는 사람들이 양념 돼지고기 대신 저렴한 채소를 주문함에 따라 식당들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리씨는 "모두가 돈을 벌기는 어렵기 때문에 고객들은 고기를 사 먹을 때 인색해진다"며 더 비싼 소고기와 양고기 공급은 중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