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신경림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8세.암 투병 중이었던 고인은 22일 오전 8시 17분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등의 작품이 추천돼 등단했다.이후 1957년 낙향한 그는 광부와 농부, 장사꾼, 인부, 강사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10년이 넘도록 시를 쓰지 않기도 했다. 그간의 경험은 곧 민중의 고달픔을 달래는 시로 재탄생했다. 1973년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펴냈다.이후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남한강'(1987), '가난한 사랑노래'(1988), '민요기행 2'(1989), '길'(1990), '갈대'(1996),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9), '낙타'(2008), '사진관집 이층'(2014) 등의 시집을 써냈다.평론에도 활발히 참여해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의 시론·평론집을 내놓기도 했다.생전에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며, 장례는 주요 문인단체들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를 계획이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22일 빌리프랩은 민희민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빌리프랩은 지난 3월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로, 어도어 소속의 뉴진스와 유사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빌리프랩 측은 "민 대표 측이 일방적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 아일릿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사법 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빌리프랩 관계자는 "지적 자산에 대한 표절 여부는 개인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해석이 아닌 합당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무분별한 억측과 허위 사실로 인해 당사 아티스트와 구성원의 노력과 성과가 폄하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일릿을 향한 악플, 조롱, 인신공격 자제도 당부했다. 빌리프랩은 “본 사안은 그 본질이 아일릿과는 무관함에도, 아일릿 멤버들은 심각한 수준의 악플과 조롱,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티스트에 대한 무분별한 모욕, 악의적 비방,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음해성 공격은 부디 멈추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 대표는 입장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아일릿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 했다. 민 대표는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
현실일까 허구일까, 또는 그 둘 다일까.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렉스 프레거(45)의 사진은 그 모호한 경계를 파고든다. 주변에서 본 듯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 낯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딘가 꺼림칙한 그의 작품엔 늘 '언캐니(Uncanny·이상하고 묘하다)'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 놓은 듯한 프레거의 신작 사진 9점이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 걸렸다. 화려한 인물 분장에서 신디 셔먼, 성조기와 카우보이모자 등 미국적인 요소에선 윌리엄 이글스턴의 사진을 떠올릴 만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간직했다는 점은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와도 닮았다.프레거는 예술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정평 난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그의 단편영화 '절망(Despair)'이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다. 또 다른 단편 '터치 오브 이블(Touch of Evil)'로 2012년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에르메스, 디올, 보테가베네타를 비롯한 명품 화보를 촬영하는 등 상업사진 업계서도 섭외 1순위로 꼽힌다.그의 사진은 현실과 조작 사이를 줄타기하는 독창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정규 예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작가의 이력이 한몫했다. 13세에 학교를 중퇴한 작가는 유럽을 유랑하며 여러 일을 전전했다. 20대 초반에 윌리엄 이글스턴의 사진전을 보고 난 뒤 홀린 듯 니콘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이후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암실에서 사진 기술을 독학하기 시작했다.첫 장편영화 '드림퀼(DreamQuil)' 제작과 동시에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한 이번 신작들은 작가의 20년 내공을 집대성했다. 팬데믹 이후 삭막해진 사회에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