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병' 출마 방문규의 결의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시티 만들 것" [총선, 경제통이 뛴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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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병 예비후보
험지 아녔다면 출마도 안 했을 것
경제 발목잡는 비정상 국회 바꿔야
수원,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로 만들 것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추진
험지 아녔다면 출마도 안 했을 것
경제 발목잡는 비정상 국회 바꿔야
수원,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로 만들 것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추진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권을 넘나들며 두루 요직을 맡은 대표적인 경제통 관료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8년 연속 5개 지역구를 모두 뺏긴 수원을 되찾아오기 위해 비장의 무기로 방 전 장관을 투입했다. 그는 수원에서 세류초·수성중·수성고를 나온 수원 토박이로, 자신이 태어난 팔달구(수원병)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그가 산업부 장관 임명 3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로 사퇴하자 일각에선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방 전 장관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을 더 했으면 몸이야 편했겠지만 장관 1~2년 더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은 안중에 없이 경제 발목잡기에만 혈안이니 정치를 바꾸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거대야당의 입법 독주를 보면서 '이대론 안 된다'는 생각에 험지 출마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방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수원병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제가 수원 원도심인 팔달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초등학교를 이 지역에서 다녔고, 수성중·수성고를 나왔다. 팔달은 제가 태어나 가장 오래 연을 맺은 지역이라 출마하게 됐다."
▶수원은 여권에 험지인 곳이다. 당에서 인재로 공들여 영입했으니 더 유리한 지역구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험지가 아니었다면 굳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분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꼭 내가 안 해도 된다. 험지기 때문에 당에서 저에게 특별한 역할을 요청했고, 제가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수락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수원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신다. 오랫동안 야당이 독점했던 정치 지형인 만큼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분도 계셨다. 수원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니 여권엔 험지 중의 험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는 수원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노력하면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서 수원에 거물급 인사를 잇달아 투입하며 탈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수원이 원래 보수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이병희 전 장관이 7선, 또 남평우 전 의원이 2선,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5선까지 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김용남 전 의원이 재보궐에서 한 번 당선된 이후 두 번 연속 실패했고, 그런 과정에서 수원 전체 지역구 5곳 전패를 두 번 잇따라 했다. 8년 동안 수원에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거다.
5 대 0 완패를 두 번 당했는데 다음 선거에서 또 이렇게 패배한다면 수도권 전체가 동력을 잃게 되는 거다. 수원은 경기도의 수부도시고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곳으로, 인력과 산업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던 도시다. 그런 곳에서 10년 이상 패배할 순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당도 수도권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수원에 힘을 싣고 바람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지역구의 경제 현안은 무엇으로 보는지.
"수원이 수도권 남부의 반도체, IT산업 등 경제 중심지였는데, 어느 순간 개발이 완료되면서 삼성전자 주변이 온통 아파트 단지가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공장을 확장한다든지 협력사들이 인근에 있어서 융합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이 안 됐을 것이다. 협력사들도 인근 용인, 화성, 안성, 평택까지 내려갔다. 수원 삼성전자 본사엔 반도체 라인이 없다. 반도체 라인은 화성에 있고, 앞으로 세워질 시스템 반도체 쪽은 용인, D램 파운더리 이런 파트는 평택에 라인이 있다.
그렇다면 수원은 과연 뭘 해야 하나.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지만 일자리를 확보할 기회는 다 다른 도시로 가버리고 나면. 아파트만 가지곤 안 된다. 130만 도시에 걸맞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부가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제가 산업부 장관에 있으면서 했던 얘기다. 수원에 내려와서 보니 이런 클러스터 정도론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생적으로 협력사와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클러스터를 넘어 메가시티가 돼야 한다.
수원을 중심으로 여주, 이천, 용인, 화성, 평택 등 지자체가 연합해 반도체 산업 관련 모든 인허가가 '원 루프' 하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2019년에 발표했는데 아직도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정부가 각 지자체를 설득해 5년 만에서야 공업용수, 전기 등 문제를 해결해 토지 소유주들과 보상 단계에 이르렀다. 인허가의 모든 절차를 밟는 데 5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반도체 기술 진보는 6개월, 1년 단위로 빠르게 이뤄지는데 반도체 공장 하나 지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나. 공장 짓기도 전에 반도체 기술이 업그레이드돼 이전 타입의 반도체는 필요가 없는 시기도 올 수 있다. 계획을 했으면 신속하게 인허가를 진행해 실행돼야 하는데 지금의 지자체 인허가 시스템으론 그게 일률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원 루프 체제에서 도시 간 얼라이언스, 연합체를 만들어 이런 대형 첨단산업 계획이 있다면 뒷받침해야 한다. 한 도시에서만 해결되지 않고 인근 도시와 협력해야만 물, 전기 등 인프라를 끌어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 않고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속도를 지금 인허가 체제론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을 효율화하기 위해 반도체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허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반도체 메가시티의 핵심인 건가.
"그것뿐만 아니라 사실은 공장들이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다 보니 공장 간 인력 문제도 크다. 반도체 공장을 하나 운영하려면 반도체 설계 인력을 비롯해 일반 공장, 관리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또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R&D 센터 인력은 어떻게 조달하나. 반도체 이후의 기술을 연구하고 혁신하는 스타트업도 있어야 한다. AI, 데이터 관련 기술, 양자 컴퓨팅 등. 반도체 이후의 이런 기술이 개발되기 위해선 많은 고급 인력이 서로 만나 융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져서는 그런 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없다. 공장이 이렇게 떨어져 있고 관리 체계가 흩어져 있으면 어떻게 융합하겠나.
이런 것들을 다 포괄하는 체계가 반도체 메가시티다. 경기 남부권 모든 지자체가 반도체 메가시티 콘셉트 하에 뭉쳐 협력하면 대한민국 기술 경쟁력, 나아가 전 세계 기술 개발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수원은 그 반도체 메가시티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수원은 공장 설립할 땅은 없지만 그런 주도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의 수도권은 대부분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만 지어선 도시가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어렵다." ▶수원을 위한 다른 공약은 뭐가 있나.
"다른 수원 출마자들과 함께 원팀으로 교통 인프라 공약을 발표했다. 당 차원에서도 밀고 있다. 수원갑에 출마한 김현준 후보가 수원~강남 고속도로 신설 추진을, 수원정 이수정 후보가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 추진을 발표했고, 제가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추진을 내놨다.
경부선 수원 구간 철도 지하화는 수원 동서 간 단절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진출입 구간에 따라 8.7㎞ 정도로 예상되며 구간 길이에 따라 사업비는 2.1조원에서 최대 4조원 들 전망이다.
지하화한 뒤 상부 공간은 다각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대규모 공원, 광장, 컨벤션 등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수원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
▶기획재정부를 거쳐 보건복지부 차관, 수출입은행장,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등 국정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통 관료로 꼽힌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총선 출마 계기가 특별히 있는지.
"개인적으로야 장관을 좀 더 했으면 편할 순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여소야대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장관을 1~2년 더 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국회에 법안을 내면 야당은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법은 무조건 비토를 놓는다. 거대 야당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법 하나 만들려면 싹싹 빌어야 한다. 조건으로 수만 가지를 요구하니 합리적으로 뭘 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이런 정치에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금 만족하냐. 국회가 정상적이냐. 정치가 국가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 아래에서 장관을 한두 달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정치의 길로 들어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국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 1호 법안은?
"먼저 반도체 메가시티를 공약했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려면 '반도체 산업 발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또 수원 원도심의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는 법안도 해보고 싶다. 제가 수원의 원도심 지역인 매산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통, 광주 등엔 계획하에 신도시가 개발이 잘 됐다. 그런데 인근 지역이 발전되면 될수록 원도심은 인구가 빠져나가게 되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발생하게 됐다. 원도심엔 중국 교포들이 많이 들어와 산다. 원도심과 동부 수원의 발전 격차가 문제가 됐다.
원도심은 원래 경기 남부권의 허브 도시 역할을 했던 곳이다. 모든 상권의 중심이고 인력이 모이고 산업 협력이 다 이뤄지던 곳.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능이 사라져서 상권도 다 죽었다. 이런 원도심의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는 법안이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대표적인 게 개발 제한을 피해 개발할 수 있는 제도, 법을 만드는 일이다. 수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18세기 정조 때 지은 수원성 원형이 거의 다 복원이 됐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행위 제한, 규제가 생겼다. 그 규제로 인해 원도심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됐다. 물론 보존도 잘해야 하지만 이런 개발 제한을 피하면서 원도심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수원 화성 문화유산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같은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상당히 많은 사업을 위해 지원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해야 하니까 지방비 만으론 대형 사업을 할 수도 없다. 국고를 유치하려면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안 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주 신라 문화재 보존 관리에 관한 특별법' 만들 때도 조 단위 지원이 가능한 법안이라 처음엔 논란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그 법안을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수원도 그런 정치력 있는 의원이 힘을 합쳐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방법을 알고 있는 제가 가르쳐드리고, 힘을 모은다면 수원 지역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많은 지자체 의원들이 동조할 거라고 본다.
수원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사업 중 하나가 수원 화성 광장이 조성은 돼 있지만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주차장이 없어서 주말에 많은 관광버스들이 와도 멀리 내려서 걸어와야 한다. 교통시설이 불편하니까 체류형 관광도 안 되고 많은 시간을 머물 수가 없다. 이 광장 지하를 주차장으로 만들면 좋은데 지금 시스템으론 국고를 받아내기 아주 힘들다. 그러니 제도를 만들어 국고를 받고 지방비도 투입해 대형 사업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산업부 장관을 지냈는데 지금 한국의 경제 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관련해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뭐가 있을까.
"우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경제가 살아서 기업들이 알아서 스스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되는데,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법안들이 너무 많다.
5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실과 안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이념에 사로잡혀서 입법화되는 게 많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관련 법안도 빨리 추진이 돼야 기업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징벌적인 상속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상속 제도를 개편해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2022년 말 법 개정을 통해 해외 소득 과세를 면제한 사례도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있어도 그 소득을 국내에 보내지 않았다. 국내에 오면 다시 과세하니까.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다 내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에서 버는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풀었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냐. 작년에 삼성전자가 30조, 현대가 8조의 해외 잉여 소득을 송금했다.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돈이 들어오고, 투자가 이뤄진다. 이런 규제를 하나하나 걷어내야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만들 것 아닌가. 젊은이들이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갖고 버는 소득으로 소비해야 소상공인에게까지 선순환이 이뤄진다.
일본의 경우도 1990~2010년 '잃어버린 20년' 동안 법인세가 3분의 1토막 났다. 기업들이 다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서 세금 낼 기업이 없었던 거다. 세금 낼 기업이 있어야 한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병 현역은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다. 김 의원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김영진 의원은 보좌관 생활하다 정치에 입문해 정치권에 오래 계신 정치 유단자다. 그에 반해 저는 공직에 오래 있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쓰이며 역할을 했다. 산업부 장관 직전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국무조정실장은 모든 정부 부처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정치인과 다른 경력에서 나오는 차별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수원=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그가 산업부 장관 임명 3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로 사퇴하자 일각에선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방 전 장관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을 더 했으면 몸이야 편했겠지만 장관 1~2년 더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은 안중에 없이 경제 발목잡기에만 혈안이니 정치를 바꾸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거대야당의 입법 독주를 보면서 '이대론 안 된다'는 생각에 험지 출마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방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수원병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제가 수원 원도심인 팔달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초등학교를 이 지역에서 다녔고, 수성중·수성고를 나왔다. 팔달은 제가 태어나 가장 오래 연을 맺은 지역이라 출마하게 됐다."
▶수원은 여권에 험지인 곳이다. 당에서 인재로 공들여 영입했으니 더 유리한 지역구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험지가 아니었다면 굳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분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꼭 내가 안 해도 된다. 험지기 때문에 당에서 저에게 특별한 역할을 요청했고, 제가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수락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수원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신다. 오랫동안 야당이 독점했던 정치 지형인 만큼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분도 계셨다. 수원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니 여권엔 험지 중의 험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는 수원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노력하면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서 수원에 거물급 인사를 잇달아 투입하며 탈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수원이 원래 보수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이병희 전 장관이 7선, 또 남평우 전 의원이 2선,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5선까지 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김용남 전 의원이 재보궐에서 한 번 당선된 이후 두 번 연속 실패했고, 그런 과정에서 수원 전체 지역구 5곳 전패를 두 번 잇따라 했다. 8년 동안 수원에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거다.
5 대 0 완패를 두 번 당했는데 다음 선거에서 또 이렇게 패배한다면 수도권 전체가 동력을 잃게 되는 거다. 수원은 경기도의 수부도시고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곳으로, 인력과 산업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던 도시다. 그런 곳에서 10년 이상 패배할 순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당도 수도권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수원에 힘을 싣고 바람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지역구의 경제 현안은 무엇으로 보는지.
"수원이 수도권 남부의 반도체, IT산업 등 경제 중심지였는데, 어느 순간 개발이 완료되면서 삼성전자 주변이 온통 아파트 단지가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공장을 확장한다든지 협력사들이 인근에 있어서 융합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이 안 됐을 것이다. 협력사들도 인근 용인, 화성, 안성, 평택까지 내려갔다. 수원 삼성전자 본사엔 반도체 라인이 없다. 반도체 라인은 화성에 있고, 앞으로 세워질 시스템 반도체 쪽은 용인, D램 파운더리 이런 파트는 평택에 라인이 있다.
그렇다면 수원은 과연 뭘 해야 하나.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지만 일자리를 확보할 기회는 다 다른 도시로 가버리고 나면. 아파트만 가지곤 안 된다. 130만 도시에 걸맞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부가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제가 산업부 장관에 있으면서 했던 얘기다. 수원에 내려와서 보니 이런 클러스터 정도론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생적으로 협력사와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클러스터를 넘어 메가시티가 돼야 한다.
수원을 중심으로 여주, 이천, 용인, 화성, 평택 등 지자체가 연합해 반도체 산업 관련 모든 인허가가 '원 루프' 하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2019년에 발표했는데 아직도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정부가 각 지자체를 설득해 5년 만에서야 공업용수, 전기 등 문제를 해결해 토지 소유주들과 보상 단계에 이르렀다. 인허가의 모든 절차를 밟는 데 5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반도체 기술 진보는 6개월, 1년 단위로 빠르게 이뤄지는데 반도체 공장 하나 지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나. 공장 짓기도 전에 반도체 기술이 업그레이드돼 이전 타입의 반도체는 필요가 없는 시기도 올 수 있다. 계획을 했으면 신속하게 인허가를 진행해 실행돼야 하는데 지금의 지자체 인허가 시스템으론 그게 일률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원 루프 체제에서 도시 간 얼라이언스, 연합체를 만들어 이런 대형 첨단산업 계획이 있다면 뒷받침해야 한다. 한 도시에서만 해결되지 않고 인근 도시와 협력해야만 물, 전기 등 인프라를 끌어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 않고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속도를 지금 인허가 체제론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을 효율화하기 위해 반도체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허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반도체 메가시티의 핵심인 건가.
"그것뿐만 아니라 사실은 공장들이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다 보니 공장 간 인력 문제도 크다. 반도체 공장을 하나 운영하려면 반도체 설계 인력을 비롯해 일반 공장, 관리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또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R&D 센터 인력은 어떻게 조달하나. 반도체 이후의 기술을 연구하고 혁신하는 스타트업도 있어야 한다. AI, 데이터 관련 기술, 양자 컴퓨팅 등. 반도체 이후의 이런 기술이 개발되기 위해선 많은 고급 인력이 서로 만나 융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져서는 그런 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없다. 공장이 이렇게 떨어져 있고 관리 체계가 흩어져 있으면 어떻게 융합하겠나.
이런 것들을 다 포괄하는 체계가 반도체 메가시티다. 경기 남부권 모든 지자체가 반도체 메가시티 콘셉트 하에 뭉쳐 협력하면 대한민국 기술 경쟁력, 나아가 전 세계 기술 개발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수원은 그 반도체 메가시티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수원은 공장 설립할 땅은 없지만 그런 주도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의 수도권은 대부분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만 지어선 도시가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어렵다." ▶수원을 위한 다른 공약은 뭐가 있나.
"다른 수원 출마자들과 함께 원팀으로 교통 인프라 공약을 발표했다. 당 차원에서도 밀고 있다. 수원갑에 출마한 김현준 후보가 수원~강남 고속도로 신설 추진을, 수원정 이수정 후보가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 추진을 발표했고, 제가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추진을 내놨다.
경부선 수원 구간 철도 지하화는 수원 동서 간 단절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진출입 구간에 따라 8.7㎞ 정도로 예상되며 구간 길이에 따라 사업비는 2.1조원에서 최대 4조원 들 전망이다.
지하화한 뒤 상부 공간은 다각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대규모 공원, 광장, 컨벤션 등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수원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
▶기획재정부를 거쳐 보건복지부 차관, 수출입은행장,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등 국정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통 관료로 꼽힌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총선 출마 계기가 특별히 있는지.
"개인적으로야 장관을 좀 더 했으면 편할 순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여소야대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장관을 1~2년 더 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국회에 법안을 내면 야당은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법은 무조건 비토를 놓는다. 거대 야당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법 하나 만들려면 싹싹 빌어야 한다. 조건으로 수만 가지를 요구하니 합리적으로 뭘 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이런 정치에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금 만족하냐. 국회가 정상적이냐. 정치가 국가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 아래에서 장관을 한두 달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정치의 길로 들어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국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 1호 법안은?
"먼저 반도체 메가시티를 공약했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려면 '반도체 산업 발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또 수원 원도심의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는 법안도 해보고 싶다. 제가 수원의 원도심 지역인 매산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통, 광주 등엔 계획하에 신도시가 개발이 잘 됐다. 그런데 인근 지역이 발전되면 될수록 원도심은 인구가 빠져나가게 되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발생하게 됐다. 원도심엔 중국 교포들이 많이 들어와 산다. 원도심과 동부 수원의 발전 격차가 문제가 됐다.
원도심은 원래 경기 남부권의 허브 도시 역할을 했던 곳이다. 모든 상권의 중심이고 인력이 모이고 산업 협력이 다 이뤄지던 곳.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능이 사라져서 상권도 다 죽었다. 이런 원도심의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는 법안이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대표적인 게 개발 제한을 피해 개발할 수 있는 제도, 법을 만드는 일이다. 수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18세기 정조 때 지은 수원성 원형이 거의 다 복원이 됐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행위 제한, 규제가 생겼다. 그 규제로 인해 원도심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됐다. 물론 보존도 잘해야 하지만 이런 개발 제한을 피하면서 원도심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수원 화성 문화유산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같은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상당히 많은 사업을 위해 지원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해야 하니까 지방비 만으론 대형 사업을 할 수도 없다. 국고를 유치하려면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안 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주 신라 문화재 보존 관리에 관한 특별법' 만들 때도 조 단위 지원이 가능한 법안이라 처음엔 논란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그 법안을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수원도 그런 정치력 있는 의원이 힘을 합쳐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방법을 알고 있는 제가 가르쳐드리고, 힘을 모은다면 수원 지역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많은 지자체 의원들이 동조할 거라고 본다.
수원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사업 중 하나가 수원 화성 광장이 조성은 돼 있지만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주차장이 없어서 주말에 많은 관광버스들이 와도 멀리 내려서 걸어와야 한다. 교통시설이 불편하니까 체류형 관광도 안 되고 많은 시간을 머물 수가 없다. 이 광장 지하를 주차장으로 만들면 좋은데 지금 시스템으론 국고를 받아내기 아주 힘들다. 그러니 제도를 만들어 국고를 받고 지방비도 투입해 대형 사업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산업부 장관을 지냈는데 지금 한국의 경제 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관련해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뭐가 있을까.
"우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경제가 살아서 기업들이 알아서 스스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되는데,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법안들이 너무 많다.
5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실과 안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이념에 사로잡혀서 입법화되는 게 많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관련 법안도 빨리 추진이 돼야 기업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징벌적인 상속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상속 제도를 개편해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2022년 말 법 개정을 통해 해외 소득 과세를 면제한 사례도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있어도 그 소득을 국내에 보내지 않았다. 국내에 오면 다시 과세하니까.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다 내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에서 버는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풀었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냐. 작년에 삼성전자가 30조, 현대가 8조의 해외 잉여 소득을 송금했다.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돈이 들어오고, 투자가 이뤄진다. 이런 규제를 하나하나 걷어내야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만들 것 아닌가. 젊은이들이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갖고 버는 소득으로 소비해야 소상공인에게까지 선순환이 이뤄진다.
일본의 경우도 1990~2010년 '잃어버린 20년' 동안 법인세가 3분의 1토막 났다. 기업들이 다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서 세금 낼 기업이 없었던 거다. 세금 낼 기업이 있어야 한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병 현역은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다. 김 의원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김영진 의원은 보좌관 생활하다 정치에 입문해 정치권에 오래 계신 정치 유단자다. 그에 반해 저는 공직에 오래 있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쓰이며 역할을 했다. 산업부 장관 직전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국무조정실장은 모든 정부 부처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정치인과 다른 경력에서 나오는 차별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수원=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