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견서 선명한 각세우기…한동훈 '운동권 청산'엔 '검사독재 청산' 맞불
'출생 기본소득' 저출생 정책 차별화…"통합·혁신 공천" 내부결속 강조
이재명, '윤석열' 12번 거명하며 십자포화…총선 정권심판론 부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다.

3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이 대표의 신년 회견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 비판에 집중됐다.

이 대표가 30분간 읽어내린 9천자 분량의 회견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횟수는 12번에 달할 만큼 전방위로 날을 세웠다.

이재명표 '민생 정책'을 강조했던 지난해 회견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고, 회견문 분량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신년 회견은 당초 새해 초 계획됐으나 이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으로 1월 마지막 날인 이날 진행됐다.

◇ '4대 위기' 꺼내며 실정론 강조…"尹정부, 정적 죽이기 올인"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현재 민생경제·전쟁·저출생(인구)·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화살을 윤석열 정부에 돌렸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며 "4대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부가 위기를 만들어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정부 무능론을 주장하며, 다가오는 22대 국회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아울러 정치 양극화와 더 나아가 본인이 당한 '정치 테러'의 근본적 원인도 윤 대통령이 벌이는 '이념 전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했다"며 "권력을 상대를 죽이는 데 사용하니 국민도 더 격렬히 분열하고 갈등하고 적대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권 청산이니 자객 공천 이런 얘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며 윤 대통령과 최측근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동시에 겨누기도 했다.

이재명, '윤석열' 12번 거명하며 십자포화…총선 정권심판론 부각
◇ "총선 최대 목표는 151석 원내 1당"…'출생 기본소득' 제안
이 대표가 띄운 '4대 위기론'은 정부 실정론과 정권 심판론을 넘어 민주당 총선 승리론으로 이어졌다.

그는 "목표는 1당이 되는 것"이라며 의석수 최대 목표치를 151석으로 잡았다.

단 1석이라도 과반 의석을 만들어달라는 호소였다.

이 대표는 작년 8월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유능한 야당' 슬로건을 이번 회견 때도 앞세웠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것은 바로 민주당 정부였다며 '위기 극복 DNA'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불러온 국정 위기를 극복해내겠다"며 "사람과 경제, 평화와 민주주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신년 회견인 만큼 올해 민생정책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이 대표는 저출생 문제 해법에 집중했다.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차용한 '출생 기본소득'을 제안하며 정책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체로 여·야·정과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민 저출생 대화 기구' 설립도 함께 제안했다.

◇ "역사 속 민주당으로 일신"…통합·혁신 메시지도
아울러 이 대표는 당내 통합·혁신 메시지도 발신하며 총선 전 내부 결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질적 계파 갈등이 공천 잡음으로 비화하며 당내 분열상이 커질 경우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선대위는 '통합'(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공천은 당연히 통합을 고려하면서 그 위에서 혁신도 하는 것", "내부 경쟁이든 외부와의 경쟁이든 도와 선을 넘지 말아달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견문에서는 "역사 속의 민주당, 국민이 기대고 응원했던 민주당으로 일신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는 이낙연 전 대표와 현역 의원(김종민·이원욱·조응천)들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차린 것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 전통적 지지층이 총선에서 제3지대 신당으로 옮겨 갈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