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권 교통난 완화 vs 풍선효과·시 재정 악화
[현장] '전주의 허파' 황방산 터널 개통 추진에 찬반 '팽팽'
"전주 구도심과 신도심이 이어지는 도로가 꼭 필요하죠." (찬성), "굳이 황방산에 터널을 뚫어 허파 기능을 훼손할 필요가 있을까요?" (반대)
31일 오전 전주 전주시 황방산(黃方山·해발 215.6m) 입구. 한파가 물러간 뒤 한결 온화한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200m 높이의 황방산 길을 오르고 있었다.

시민들은 황방산이 다른 산들보다 비교적 낮아서 등산에 큰 힘이 들지 않고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숙(64·여)씨는 "전주 시내에 이렇게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산이 있어서 행복하다"며 "여기에 터널이 뚫린다고 하는데 맞는 사업인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장] '전주의 허파' 황방산 터널 개통 추진에 찬반 '팽팽'
전주시가 구도심에서 신도시로 이어지는 전북혁신도시·만성 법조타운의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황방산 터널 개통 사업'을 추진하자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황방산 터널 개통은 전주 서부권 교통난 완화, 접근성 개선 등을 이유로 2012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으나 연이어 무산됐다.

지지부진한 계획은 우범기 시장이 민선 8기 시장이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황방산 터널 개통은 그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시는 지난해 말 황방산 터널 개통과 관련한 기본설계 용역비 5억원을 확보했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타당성 조사를 하고 내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 보상 추진 등을 거쳐 2027년 공사에 들어간다.

시비 800억원이 투자된다.

시는 2029년까지 혁신도시 정여립로에서 서곡지구 천잠로까지 1.85㎞의 4차로 도로를 개통할 계획이다.

터널 구간은 0.8㎞이다.

[현장] '전주의 허파' 황방산 터널 개통 추진에 찬반 '팽팽'
전주의 서쪽 황방산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3가∼서곡∼혁신도시 만성동에 걸쳐있는 산으로 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황방산의 남단에 자리한 서고산성은 208.9m 봉우리를 최고봉으로 남향한 분지를 감싸 안은 포곡식 석성이다.

산성의 형태는 오각형에 가까우며, 성내에서 삼국시대 기와편과 토기편이 수집됐다.

서고산성은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구억리산성 등과 함께 후백제 시기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건립됐다.

재정자립도가 20%대에 불과한 전주시가 터널 개통을 추진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나섰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황방산을 관통하는 터널은 서부권 교통난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일부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교통난이 해소된다고 해도 홍산교와 서곡교 등 상습 정체 구간의 체증이 더 심각해지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서부권 교통체증 해소의 실효성, 도시공원의 생태환경 훼손, 예산 낭비와 시 재정 악화, 서곡 주민의 정주권 위협 등 많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사를 고려해 환경성, 경제성을 검토해 노선 추가 및 최적의 노선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