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그 車 안 나와요?"…'신차 라인업' 예고에 놀란 까닭
완성차 업계가 올해 내놓을 신차 라인업에 내연기관 차량이 자취를 감췄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에도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를 대거 선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전동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예정된 신차 대부분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다. 신차가 나오는 내연기관 차량은 대부분 부분변경 모델이다.

현대차에서 올해 국내에 선보일 신차 중 최고 기대주는 아이오닉7이다. 현대차가 처음 선보이는 전기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온라인에서 위장막을 쓴 채 공도를 돌아다니는 아이오닉7 추정 차량 사진이 올라오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콘셉트카 '세븐'으로 알려진 아이오닉7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플랫폼이 탑재되고, 현대차의 패밀리룩으로 신형 그랜저에도 장착된 '파라 메트릭 픽셀 주간주행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주력한다. 상반기에는 소형 전기 SUV EV3, 하반기에는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출시할 예정이다. EV3와 EV4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예상 판매 가격은 3만5000~5만달러로 국내 보조금이 적용될 경우 3000만~4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O100. 사진=신용현 기자
KG모빌리티 O100. 사진=신용현 기자
지난해 신차 출시가 없었던 르노코리아는 올해 첫 신차로 중형 하이브리드 SUV를 택했다. 이르면 오는 8월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길리 그룹의 CMA 플랫폼을 탑재해 최신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전기차 토레스 EVX를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으로, 토레스에 적용된 패밀리룩을 살린 외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직 내연기관 신차 비중이 높은 수입차 업계도 올해는 비중 있는 전기차 신차를 국내에 내놓는다. BMW는 올해 상반기 X2의 전기차 iX2와 미니의 뉴 미니 일렉트릭을 선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이바흐 EQS와 G클래스 전동화 모델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전동화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셈법이 깔렸다. 갈수록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친환경 차로 분류되는 전동화 신차가 내연기관보다 우선이라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요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와중에도 기존 투자 계획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이달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11.5% 증가한 30만대로 제시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 도입 정책을 앞다퉈 미루거나 폐지하려는 글로벌 움직임이 포착되면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내연기관차 더 오래 팔 수 있다' 제하 리포트에서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 중심의 다수당 유럽국민당(EPP)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또한 연비 규제를 철폐하고 전기차 도입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라며 "내연기관차 구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은 먼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