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여러 대책을 내놨다. 피해자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간병비 확대, 심리 안정 프로그램 제공,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근로자의 치유 휴직 지원, 영구적 추모 공간 마련 등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 추진을 위해 위원회도 구성한다. 생때같은 생명을 앗아간 비극에 대해 무엇으로도 위안을 줄 수 없지만, 정부가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태원 특별법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국민의힘은 재협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더 이상 참사를 정쟁화해선 안 되지만, 야당의 “비정한 정권” “역사에 죄지은 것” 등의 반응으로 봐선 무망할 것 같다. 법안을 보면 공정성 훼손, 위헌 논란 등 문제투성이여서 재의 요구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찰이 500명을 투입해 수사를 벌인 결과는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져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론이고, 더 이상 나올 게 무엇이 있겠나. 예방과 대응을 제대로 못한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23명이 기소돼 6명이 구속되는 등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정조사를 55일간 벌였지만, 새로 나온 게 없었다.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는 헌재에서 기각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진상 규명을 외치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1년6개월 동안 다시 조사토록 했다. 특조위원 11명도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도록 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비극적 참사는 안타까우나 진상조사를 또 하자는 것이 총선용 정부 흠집 내기 목적임을 모르지 않는다.

이젠 ‘재난의 정치화’ 악폐를 끊어내야 한다. 아홉 번 수사와 조사에도 혈세만 낭비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세월호 특조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치권과 유가족 모두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는 무엇이 유가족과 희생자의 상처 치유에 실효적인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