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가해자와 피해자 '근무장소 분리' 어렵다면…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하여 규율하면서 피해자 보호조치에 관한 사용자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조치와 관련, 실무상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본다.

◆조사 단계에서의 피해자 보호조치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6조의3 제3항). 아직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함을 규정한 조항이다. 직장 내 괴롭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보호조치의 대상은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다. 조사 과정에서 아직 조사가 종결되기 전이지만 피해사실이 확인된 경우이거나, 또는 아직 피해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근로자가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는 경우 예방적 조치로서 혹시 모를 2차 가해를 막기 위하여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여기서 피해근로자가 아닌 신고인도 보호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상 보호조치의 대상으로 신고인은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사용자가 가지는 인사재량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충분히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접촉하여 신고를 철회할 것을 종용하거나 해악을 고지하려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 피신고인에게 피해자 뿐만 아니라 신고인에 대해서도 연락 등 일체의 접촉 금지를 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보호조치를 하려는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근로자등의 의견을 사전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보호조치가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법령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무상으로는 어떠한 보호조치가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것인지 아닌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보호조치를 취하기 전에 피해자의 의사를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호조치는 의무인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상 의무로 보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사용자에게 ‘적절한’ 보호조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의 재량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해된다. 특히 피해근로자등이 유급휴가와 같이 특정한 보호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데, 적절한 보호조치가 무엇인지에 관한 판단은 사용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반드시 피해근로자등이 요구하는 보호조치를 취해줄 의무는 없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명백히 확인되고, 그 피해의 정도 또한 가볍지 않은 경우에는 가급적 피해자가 원하는 보호조치를 취하여 줌으로써 피해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동법이 제시하는 보호조치의 종류로는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이 있지만 이는 예시에 불과하고 그 밖에 사용자는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가령 피신고인에 대한 연락 등 접촉 금지를 명한다거나, 피해근로자등과 피신고인이 같은 보고라인에 있는 경우 한시적으로 피신고인을 보고라인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조치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실무상 종종 발생하는 사례 중의 하나가 아직 조사 단계에 있고 피해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근로자등이 피신고인 또는 본인의 근무장소를 즉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물론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달리 판단해야 할 문제이겠으나, 이는 2차 피해가 어느 정도 우려되는지에 따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즉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근무장소 변경의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접촉금지 정도의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괴롭힘 발생 사실 확인 단계에서의 피해자 보호조치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76조의3 제4항). 조사 단계에서의 피해자 보호조치와 다른 점은, 피해자가 요청하면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강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동법은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어떠한 보호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용자의 재량이 인정된다.

피해자가 요청하는 보호조치의 종류에 사용자가 기속되는가? 동법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반드시 사용자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보호조치의 종류에 기속되지는 않는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만큼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명확히 인정되고 그에 따라 사용자로서는 가급적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요청하는 보호조치를 우선하여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가 청구하면 사용자에게도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점에서도 가급적 2차 피해를 최대한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피해자가 요청하는 보호조치의 종류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실무상 바람직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 확인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보호조치로서 동법은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예시에 불과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실무상 근무장소의 변경이 보호조치로서 가장 많이 고려된다. 비록 보호조치로서 언제나 근무장소 변경을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다면 가급적 근무장소 변경을 고려하는 것이 권장된다. 왜냐하면 같은 근무공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함께 있다면 그만큼 2차 피해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소규모 사업장과 같이 사업장의 물리적 여건상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사업장의 규모는 적지 않으나 자율 좌석제 등 근무장소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비록 물리적으로 근무장소를 분리하는 것이 여의치는 않을 것이나, 가해자에게는 피해자에 접근하는 것을 엄금하고 만약 마주치게 되는 경우 먼저 피할 것을 명하며,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접촉하려는 경우 이를 인사부서에 알리고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근무장소 분리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유형별로 어떠한 보호조치가 가장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보다 활발한 연구를 기대해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