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창극 살로메' 김시화 연출…"작창 단계부터 음역 다채롭게 구성했죠"
"전통공연서 획기적인 시도로 남성창극 무대 올리고 싶었죠"
"남성창극에 대한 열망이 강했어요.

"
다음 달 2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남성창극 살로메'는 제목 그대로 남자 소리꾼과 배우들만을 무대에 올린다.

여자 주인공 살로메를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신예 배우 윤제원이 연기하는 등 12명의 남자 출연진이 극을 이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안무가 출신인 김시화(35) 연출의 첫 창극 작품이다.

한국무용 전공자인 김 연출은 2019년 국립무형유산원의 전통공연 신인 연출가 발굴 사업인 '출사표'를 통해 연출에 발을 들였고, 국립창극단 조연출로 활동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김 연출은 남성 출연진만으로 꾸린 창극을 만든 배경을 묻자 "전통공연에서 획기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출자인 동시에 제작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작품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며 "남성창극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연극, 뮤지컬 등에서는 캐릭터의 성별과 관계없이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젠더프리' 사례가 늘고 있지만, 창극에서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

김 연출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탄생한 여성국극(1950년대 흥행한 여성 배우들이 남녀배역을 모두 소화한 창극)과는 별개로 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재 시대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성창극이라는 도전에 '살로메'를 작품으로 택한 데는 '귀토',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의 흥행으로 오늘날 창극의 인기를 이끌어 온 고선웅 작가 겸 연출의 추천이 있었다고 했다.

신약성서를 기반으로 한 '살로메'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프랑스어로 쓴 희곡이 원작이다.

대중에게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로도 유명하다.

작품은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린다.

"전통공연서 획기적인 시도로 남성창극 무대 올리고 싶었죠"
김 연출은 "고선웅 선생님의 추천으로 원작을 읽었는데 완전 '막장' 드라마였다"며 "말도 안 되고, 극단적인데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어서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각색은 고선웅이 직접 맡았다.

남성창극에서는 원작 결말에 담긴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광기를 더 극단적으로 끌고 간다.

원작의 탐미적 비극성에 이끌렸다는 고선웅은 각색에 있어 잔인함과 욕망의 이면을 넘어선 주제에 관한 미덕을 찾으려 했다고 앞서 밝혔다.

김 연출은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창극을 만드는 만큼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남성 특유의 낮은 목소리 톤을 관객들이 다채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는 "분명 여성들의 소리로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110분의 공연을 남자들만의 소리로 이끌어가야 하는 점이 걱정되긴 했다"며 "작창 단계에서부터 인물들이 각자의 감정을 표현할 때 음역이나 표현 방식이 겹치지 않도록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도 국악과 서양음악이 섞이기 때문에 오페라 '살로메'와도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며 "하이라이트 장면인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도 국악 장단에 맞춘 뮤지컬 안무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공연서 획기적인 시도로 남성창극 무대 올리고 싶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