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마약사범 대거 검거로 명성
다음 달 명예퇴직 앞둬…마약류 예방 전문가로 인생 2막 준비
국내 마약 수사통, 36년 경찰생활 접고 '예방 전도사'로 새 출발
'국내 마약 수사통'으로 불리는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악범죄수사계장(경정)이 정들었던 경찰을 떠난다.

그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이제는 '마약 예방 전도사'로 새 출발을 앞둔 그는 26일 "마약은 절대 시도조차 해선 안 될 중대 범죄인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1987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김 계장은 약 36년 7개월 간의 경찰 생활을 끝으로 다음 달 제복을 벗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 정년퇴직을 약 1년 6개월 앞두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총경 진급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마약 범죄가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좀 더 자유롭게 마약 예방 활동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김 계장은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위험성을 잘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에 더욱 앞장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경남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본격적으로 마약 수사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마약이 차츰 거래되던 시점이었다.

'아이스'나 '작대기' 같은 은어들로 은밀하게 거래하던 전국 마약사범 24명을 구속해 당시 경위로 특진했다.

2020년에는 국내 마약 거래 최고 상선 급인 이른바 '바티칸 킹덤'을 포함해 90여명을 검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굵직한 마약 사건들을 처리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2021년 경남 지역 고교생들의 펜타닐 패치 투약 사건을 꼽았다.

당시 이 학생들은 부산과 경남지역 병의원을 돌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흡입, 판매했다.

연루된 청소년만 50여명에 달했다.

펜타닐은 진통 효과와 중독성이 강해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김 계장이 마약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생 2막 준비를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펜타닐 패치에 있는 마약 성분을 흡입하다 보니 또래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졌다"며 "펜타닐은 특히 끊기 힘든데 너무 쉽게 전파되는 것을 보며 예방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 마약 수사통, 36년 경찰생활 접고 '예방 전도사'로 새 출발
이후 그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교육 강사 자격증을 따 관련 교육과 강연에 앞장섰다.

지난해에는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에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사례 연구'를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에 편입해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전국에서도 드물게 마약 관련 이론과 실무를 갖춘 그야말로 베테랑 전문가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창원에 가칭 마약중독예방연구소를 만들어 관련 교육 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3월부터는 영산대 마약중독범죄심리학과 겸임교수를 맡아 대학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김 계장은 "마약은 수사와 예방, 재활 이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제대로 근절할 수 있다"며 "그동안 수사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예방과 재활 부분에서 능력을 살려 역할을 다하고 싶어 틈틈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한 경찰과 작별을 앞둔 그는 다시 태어나도 마약 수사 경찰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계장은 "마약 투약범들은 범죄자이지만 질환자이기도 하다.

이들을 검거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지만 제대로 재활하고 예방할 수 있게 돕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며 "그동안 공직 생활을 하며 느꼈던 감사함을 경찰 조직 밖에서도 베풀고 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