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신호등 설치 요구 목소리 커
SNS 등 '정보 과잉' 지적도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사거리. 가로변의 전봇대마다 '우회전 시 일단멈춤'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곳은 왕복 8차선과 4차선 도로가 교차하고 있어 도로의 폭이 넓은 사거리인데다, 보행자 대비 차량 이동량이 많아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를 어기는 차량이 많은 곳으로 꼽히는 이른바 '단속 포인트' 구역이다. 지난 19일 대대적인 경찰 단속이 시행됐던 곳이기도 하다.
또 위반 차량 대부분이 '뒤따르는 차량이 있을 때' 법규를 어겼다는 특징도 있었다. 차량 흐름이 정체되면 뒤에서 경적을 울릴까 봐 일시 정지하지 않고 서행하는 것이다. 이날도 취재 중 우회전 차로에 진입하자마자 앞의 차량에 경적을 울리는 트럭 2대와 승합차 1대를 목격했다.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 선행하던 차들은 '빨리 지나가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해 연달아 법규를 어기며 우회전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30대 김모 씨도 "지난해 운전 중 우회전 차로 정지선에 멈춰있다가 그 짧은 사이에 뒤 운전자가 내려서는 창문을 두드리며 위협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우회전 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운전하고 있는 차 뒤로 다른 차들이 길게 대기하고 있으면 빵빵거릴까 봐 일시 정지하기 꺼려진다"고 답했다.
통계도 아직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법 개정안 시행 전후 우회전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소폭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우회전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1만7061건으로 2022년보다 957건 줄어 5.6% 감소했다. 그러나 관련 사망자 수는 2022년 104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되려 14% 증가했다.
이미연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시인성이 좋은 우회전 신호등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회전 일시 정지 규칙에 대해 운전자가 인지는 하나 정확한 내용까지 숙지하진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아직 단속보다는 홍보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우회전 신호등을 무작정 설치할 수는 없다"며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 충돌이 빈번하고, 동일 장소에서 1년간 3건 이상의 우회전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일정 조건 하에 심의를 거쳐야 우회전 신호등 설치 여부를 가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30여년간 별다른 제한 없이 우회전을 해오다가 규제가 생긴 것"이라며 "현장 장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우회전 일시 정지 개정안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많이 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부턴 본격적인 단속과 함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간결하게 우회전 규칙을 알리는 데에 힘쓸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