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전 국회의원 아들, 아동 정서학대 정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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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변호사, 아내·자녀 정서적 학대
검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아들로 밝혀져
범행 후 경찰보다 부친에 먼저 연락하기도
검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아들로 밝혀져
범행 후 경찰보다 부친에 먼저 연락하기도
"엄마가 본인밖에 몰라서 우리가 이렇게 따로 사는 거고 너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일만 하는 거야."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범행 전 아내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정서적 학대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폭행 끝에 아내를 숨지게 한 현모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현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고 아이들로 하여금 엄마를 비난하게 했다.
현씨는 결혼한 지 5년 만이었던 지난 2018년 피해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들만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사실상 수년간 떨어져 지내게 되자 아내가 내연남을 두고 외도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내연남~ 내연남, ○○○(피해자)가 좋다는 내연남",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 매뉴얼을 지금 봤는데 너의 대응 방식과 너무 흡사. 성병 검사 필요, 결과 보내줄래" 등의 폭언이 기재된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물론 영상통화를 걸어 피해자가 사는 집의 현관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최근 3개월 동안의 통화내역을 발급받아 통화별로 '누구와 왜 통화했는지' 설명하도록 괴롭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4~5세에 불과한 자녀들이 피해자를 '엄마'로 부르지 못하게 하거나, '너희를 사랑하지 않아서 엄마가 일만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부터 2년 후에는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영어 욕설을 시킨 후 이를 녹음해 피해자에게 전송하고 아들의 목소리로 "어디 밤에 집 밖에서 나쁜 짓 하려고 그래"라고 녹음해 음성파일을 보냈다.
아내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씨가 "엄마의 자격·역할과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만한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자 한 달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각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씨는 아내 직장으로 여러 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직장동료에게 "아이들 옷을 춥게 입혀 보냈다. 피해자가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험담했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서 초행지에 피해자만 남기고 자녀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추석 명절 기간에는 피해자와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가 피해자와 두 자녀 간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등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딸을 데리고 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기 시작하자 현씨는 여기에 찾아와 딸에게 "이 집은 가난하다. 네가 계속 이곳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된다"고 데려가려 하는 등 소동을 벌여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딸의 책가방이 자기 집에 있다고 피해자를 불러들이고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신의 자택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5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남편의 행동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전형적인 의처증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녀들에게 엄마를 비하하는 말을 하게 해 녹음해 보낸 것은 아내와 자녀들 양측에 대해서 정서적인 학대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엄마로서 자기가 낳은 자식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게 된다면 심리적인 붕괴 상태. 즉 다시 말해서 엄청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라며 "통상 부부 사이의 갈등에 아이들의 행동을 개입시켜서 비난하는 것은 정말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인데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기에서부터 지금 청소년기까지 10년 동안 사실상 엄마와는 정서적인 교류가 단절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라며 "이건 전형적인 가정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금은 어리기 때문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엄마한테 영어로 욕을 하거나 또는 이상한 얘기를 해서 녹음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이 성장한 후 나중에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서 자기 본인은 아니지만 아버지 강요에 의해서 그런 것을 녹음해서 엄마한테 했다는 걸 인식하게 되지 않겠나"라며 "그러면 거기에 관련돼서 본인이 상당한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자신들의 행동이 엄마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검찰이 판단 후 추가로 기소를 할 수도 있다"면서 "지난 11월 판례에서도 지속적인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이 앞에서 어머니의 목에 쇠사슬을 걸게 해서 사망케 한 그 남성이 아동복지법상에 있어서의 정서적 학대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현씨는 미국 변호사 신분으로 국내 대형 로펌에 재직하다 사건 발생 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검사 출신 5선 국회의원이며 범행 직후 경찰보다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현씨는 두 곳의 로펌을 통해 4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범행 전 아내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정서적 학대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폭행 끝에 아내를 숨지게 한 현모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현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고 아이들로 하여금 엄마를 비난하게 했다.
현씨는 결혼한 지 5년 만이었던 지난 2018년 피해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들만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사실상 수년간 떨어져 지내게 되자 아내가 내연남을 두고 외도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내연남~ 내연남, ○○○(피해자)가 좋다는 내연남",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 매뉴얼을 지금 봤는데 너의 대응 방식과 너무 흡사. 성병 검사 필요, 결과 보내줄래" 등의 폭언이 기재된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물론 영상통화를 걸어 피해자가 사는 집의 현관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최근 3개월 동안의 통화내역을 발급받아 통화별로 '누구와 왜 통화했는지' 설명하도록 괴롭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4~5세에 불과한 자녀들이 피해자를 '엄마'로 부르지 못하게 하거나, '너희를 사랑하지 않아서 엄마가 일만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부터 2년 후에는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영어 욕설을 시킨 후 이를 녹음해 피해자에게 전송하고 아들의 목소리로 "어디 밤에 집 밖에서 나쁜 짓 하려고 그래"라고 녹음해 음성파일을 보냈다.
아내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씨가 "엄마의 자격·역할과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만한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자 한 달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각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씨는 아내 직장으로 여러 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직장동료에게 "아이들 옷을 춥게 입혀 보냈다. 피해자가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험담했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서 초행지에 피해자만 남기고 자녀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추석 명절 기간에는 피해자와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가 피해자와 두 자녀 간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등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딸을 데리고 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기 시작하자 현씨는 여기에 찾아와 딸에게 "이 집은 가난하다. 네가 계속 이곳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된다"고 데려가려 하는 등 소동을 벌여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딸의 책가방이 자기 집에 있다고 피해자를 불러들이고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신의 자택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5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남편의 행동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전형적인 의처증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녀들에게 엄마를 비하하는 말을 하게 해 녹음해 보낸 것은 아내와 자녀들 양측에 대해서 정서적인 학대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엄마로서 자기가 낳은 자식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게 된다면 심리적인 붕괴 상태. 즉 다시 말해서 엄청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라며 "통상 부부 사이의 갈등에 아이들의 행동을 개입시켜서 비난하는 것은 정말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인데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기에서부터 지금 청소년기까지 10년 동안 사실상 엄마와는 정서적인 교류가 단절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라며 "이건 전형적인 가정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금은 어리기 때문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엄마한테 영어로 욕을 하거나 또는 이상한 얘기를 해서 녹음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이 성장한 후 나중에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서 자기 본인은 아니지만 아버지 강요에 의해서 그런 것을 녹음해서 엄마한테 했다는 걸 인식하게 되지 않겠나"라며 "그러면 거기에 관련돼서 본인이 상당한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자신들의 행동이 엄마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검찰이 판단 후 추가로 기소를 할 수도 있다"면서 "지난 11월 판례에서도 지속적인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이 앞에서 어머니의 목에 쇠사슬을 걸게 해서 사망케 한 그 남성이 아동복지법상에 있어서의 정서적 학대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현씨는 미국 변호사 신분으로 국내 대형 로펌에 재직하다 사건 발생 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검사 출신 5선 국회의원이며 범행 직후 경찰보다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현씨는 두 곳의 로펌을 통해 4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