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대신 안정성을 갖춘 원금보장상품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원금 손실률이 60%까지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객 신뢰를 회복해 비이자수익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예금·채권으로 눈 돌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ELS 대신 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판매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ELS는 통상 만기가 됐을 때 가입 당시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65~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ELB는 원금은 지급하되 이자 등 수익률이 가격 변동에 연계된다. ELB를 발행한 회사가 파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ELS 사태 놀란 은행 "원금보장 상품 확대"
김윤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장은 “여전히 ELS 투자를 이어가는 고객이 적지 않지만 안전한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채 등 우량 채권을 찾는 고액 자산가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원금보장형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적극형’은 1년간 예금을 유지할 경우 원금을 보장해주는 대신 투자 기초지수(코스피200)의 변동률에 따라 이자율을 산정하는 상품이다. 1년간 코스피200지수가 20% 상승하면 최고 연 4.25%의 이자를 준다.

은행 관계자는 “지수가 기준보다 하락해도 연 3.55% 이자를 보장해주는 덕분에 고객들의 가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ELS 수요를 단기 예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비교적 가입 기간이 짧은 대신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KB Two테크는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구조다. 1~6개월 동안 예금을 맡겨둘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맡겨두는 기간은 짧지만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4.76%(6개월 기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환 손실 우려가 있지만 상품 가입 시 고객이 직접 원하는 도달 환율을 정하고, 실제 그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 해지되는 장점 덕에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자금 확보 경쟁 치열해질 듯

금융권에선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담당 부행장은 “자금을 통장에만 묶어두는 것을 원치 않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홍콩H지수 ELS 사태로 투자자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며 “자금이 어느 곳으로 이동할지가 자산관리시장의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원금 손실 사태에도 ELS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ELB를 포함한 ELS 발행금액은 전년(57조7000억원)보다 8.9% 증가한 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홍콩H지수 대신 미국 S&P500, 일본 닛케이225 등으로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다.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지난 19일까지 전년 동기(2682억원) 대비 49.3% 늘어난 4003억원어치가 발행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