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새 물이 연못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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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곁눈으로 지켜만 봐도 정성이 느껴졌다. 며칠 동안 매달리던 아버지가 불렀다. 종이를 잘라 놓고 기다리던 아버지는 먹을 갈아달라고 했다. 더는 말하지 않고 한 번에 써 내려간 시가 주희(朱熹)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다. 주희가 책을 읽다 든 생각을 쓴 시다. “작은 사각 연못에는 큰 거울이 펼쳐지니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일렁인다. 묻노니 이 연못은 어찌 이리도 맑을까. 발원지에서 쉬지 않고 새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시는 두 편이다. 저 시는 첫 편이다. 아버지는 행서체로 두 연을 한 폭씩 썼다. 그래서 병풍은 모두 네 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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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새 물이 들어오면 내 정신도 맑고 참신하고 넉넉해진다”라고 감상한 아버지는 “너를 낳고 자그마치 38년이나 기다려 얻은 새 물이 우리집에 들어왔다. 새 물이 연못을 살린다. 없던 용기도 북돋아 주니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손주가 주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라고 손자가 태어난 기쁨을 표현했다. 이어 아버지는 “네 할아버지는 네 큰아버지 아들인 손자가 태어났을 때 침병을 만드셨다. 그때 병풍 만드는 심부름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 오늘 침병을 살려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침병을 펼쳤다 접었다 하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첫 손주를 얻었을 때 느꼈을 감흥을 읽어내려고 애쓰며 “이제야 내 아버지의 뜻을 이었다”라며 의미를 두었다.
아버지는 “가둬놓은 물은 반드시 썩는다. 그러면 모두 죽는다. 그걸 살려내는 게 새 물이다”라며 연못에 새 물이 들어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옛 어른들도 그 뜻을 새기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다. 창덕궁 희정당(熙政堂) 옆 하월지(荷月池)도 그렇고, 강릉에 있는 선교장(船橋莊)의 활래정(活來亭)도 주희의 저 시에서 따와 뜻을 새겨 만든 거다”라고 일러줬다. 이 글을 쓰며 찾아가 보니 건국대 일감호(一鑑湖)는 한강 물이 들어오게 설계돼 있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그 이유는 새 물이 지닌 잠재력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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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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