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초지에 한우 방목…전남 영광 청보리한우영농법인
국내 첫 환경친화축산농장 선정, 동물복지농장 인증도 도전
"한우 우수성 알리기 위해 수출도 하고 싶다"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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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⑦"청보리를 먹고 자라 건강해요"
"한우들이 청보리를 먹고 자라 뼈가 튼튼하고 초지에서 맘껏 뛰어놀아 건강합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서 청보리한우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유경환(69) 대표는 자신이 키운 한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유 대표의 청보리한우농장은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농장 입구에는 이국적인 모습의 전원주택 2채가 방문객을 먼저 반겼다.

오르막길에 자리한 농장은 정원수와 잔디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축사에서 나올 법한 악취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취재진을 맞이한 유 대표는 거처이자 사무실로 쓰고 있는 전원주택에서 폐쇄회로(CC)TV로 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유 대표는 군 복무를 마치고 1979년부터 영광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소를 키워왔다.

중동 붐이 불어 군대 가기 전 중장비 면허도 땄지만,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고향에 안착했다.

한우 50두로 시작한 농장은 1982년 100여두로 늘었고, 1998년 현재의 농장으로 이주해 200여두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지 18만5천㎡에 축사 9개 동에서 70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⑦"청보리를 먹고 자라 건강해요"
이 대표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곧바로 숙소 뒤 축사로 출근한다.

소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보며 사료를 주고 7시30분쯤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다.

오전에는 집에서 CCTV로 소를 살펴보며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사료를 만든다.

한우들은 청보리로 만든 친환경 사료를 먹고 자란다.

이 대표는 23ha 규모의 경작지에서 직접 청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청보리는 줄기 잎 알곡 등을 버리지 않고 사용한다.

청보리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사료는 청보리와 건초, 볏짚, 일반사료를 혼합해 만들어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송아지를 낳는 번식우는 살이 찌면 안 되기 때문에 볏짚을 더 넣고, 송아지는 건초와 풀을 더 넣어 발육을 돕고 있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⑦"청보리를 먹고 자라 건강해요"
정성 들여 만든 사료를 먹은 한우들은 날씨가 좋으면 초지에 나와 뛰거나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다.

넓은 초지는 1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구간마다 50여두씩 방목을 한다.

청보리가 주성분인 친환경 사료를 먹이고 방목으로 키운 한우들은 공장식 축사에서 자란 소보다 훨씬 건강하다.

보통 고기용 소는 무게가 900∼1천kg이 되면 몸이 무거워 뼈가 약해지는데 방목으로 운동을 많이 한 소는 뼈도 튼튼하다.

이 농장의 암소들이 해마다 낳는 송아지는 250여마리 정도 되는데 큰 질병이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⑦"청보리를 먹고 자라 건강해요"
청보리한우는 여느 한우에 비해 육질이 좋고 등급도 85% 이상 A등급이 나올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4년부터 10여년간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했고 최근에는 일반 공판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축사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축사 지붕을 개폐형으로 만들었다.

햇볕과 바람을 늘 통하게 하고, 축분을 말리기 위해 대형 환풍기를 곳곳에서 틀고 있다.

한 달 전기료만 1천만원에 달하는 등 운영비가 만만치 않지만, 이 대표는 쾌적한 축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감내하고 있다.

사료에는 미생물이 들어간 생균제를 넣고 말린 축분은 방목지와 청보리밭에 뿌린다.

안개분무 시설을 설치해 수시로 축사를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⑦"청보리를 먹고 자라 건강해요"
이 대표는 농림축산부의 스마트 축산사업(ICT·정보통신)에 선정돼 자비 등 3억원을 들여 CCTV를 설치해 24시간 소를 돌보고 있다.

축사마다 3대씩 설치된 CCTV는 고화질로 소의 번호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이 대표의 청보리한우농장은 2009년 국내 최초로 농림축산부 지정 환경친화농장으로 지정됐다.

2007년부터는 무항생제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전남도 품질인증 획득에 이어 2009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까지 받았다.

이 대표는 "경제성을 위한다면 축사 한 칸에 5마리 정도를 넣어야 하지만,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2마리만 넣어 관리한다"며 "청보리 사료를 먹여 소가 건강하게 자라고 수입 사료를 먹고 자란 소보다 체중도 많이 나가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는 것이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심사도 까다롭지만, 우수한 한우를 키운다는 자부심 하나로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한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수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