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원금 손실액이 올 들어 23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H지수가 지금처럼 5100선에 머무르면 올 상반기 원금 손실 규모가 6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토막 난 '홍콩 ELS'…올 확정손실만 2300억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가운데 지난 19일까지 3년 만기가 된 4353억원어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52.7%를 기록했다. 올해 첫 만기 상환이 시작된 후 11일 만에 총손실액은 2296억원으로 늘었다. 손실액이 예상보다 커진 것은 지난주 H지수가 급락한 탓이다. H지수는 1주일 새 6.47% 하락하며 5100대로 주저앉았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일부 가입자는 확정 손실률이 56.1%에 달했다.

H지수를 기초로 한 ELS는 통상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가입 당시보다 H지수가 65~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 만기액이 1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15조9000억원어치를 은행에서 판매했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찾아온다. 특히 올 상반기(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에 집중돼 있다.

지금 추세대로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오르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가 설 연휴를 전후해 이뤄지고 금융위원회의 대책 방안 수립이 마무리되면 보상 비율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