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오세근 "나도 '노인즈'…감독님이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셔"
프로농구 서울 SK에 지난 시즌부터 '노인즈'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이우석, 서명진, 게이지 프림 등 1999년생 선수들이 모인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99즈'라는 별칭이 나오자 전희철 감독이 SK 선수들을 두고 이런 자조적 표현을 쓰고 있다.

SK에는 베테랑들이 많다.

간판 김선형이 1988년생으로 벌써 35세다.

포워드 송창용과 오세근은 그보다 한 살 더 많다.

양우섭과 허일영은 1985년생으로 프로농구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참급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SK에서 부산 KCC로 이적한 포워드 최준용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 표현을 썼다.

당시 최준용은 "그쪽(SK)은 노인즈(베테랑)로 밀어붙이겠지만 우리는 젊음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도발했다.

그러자 김선형이 "5년 동안 동료로 뛰었던 팀원에게 노인즈라고 한 건 좀 실례라고 생각한다.

팬이나 동료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SK가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올 시즌 선두 원주 DB를 꺾은 데는 이 '노인즈'의 공이 컸다.

개막 전 전희철 감독이 주전으로 점찍어둔 김선형, 안영준, 허일영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SK는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76-68 완승을 거뒀다.

오세근이 필드골 성공률 69%를 기록하며 팀 내 최다인 24점을 퍼부었다.

안영준, 허일영이 다치면서 모처럼 30분 이상 출전한 송창용도 3점 3방을 적중하며 13점을 올렸다.

특히 송창용의 3점은 DB가 점수 차를 좁히려고 할 때마다 터져 상대 기세를 제대로 꺾어놨다.

1989년생 빅맨 최부경도 20분가량 뛰며 김종규, 강상재, 디드릭 로슨을 앞세운 DB의 골 밑 공격력을 억제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1987년생인 오세근은 최부경, 김선형을 포함하지 않고 자신까지만 '노인즈'에 속한다고 짚었다.

오세근은 "노인즈는 (양)우섭이 형, (허)일영이 형, 나와 창용이까지"라고 딱 잘라 말했다.

SK 오세근 "나도 '노인즈'…감독님이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셔"
오세근은 "(전희철) 감독님이 (노인즈) 걱정을 많이 하신다.

뛸 수 있는데도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신다"며 "괜찮은데도 자꾸 그러시니까 괜히 나도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자꾸 그러시니까 너무 힘든 상황에서도 또 바꿔달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이게 참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활약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전 감독은 "매일 이렇게 해주길 원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오늘 승리에는 내가 숟가락만 얹었다.

선수들이 만든 승리"라고 칭찬했다.

전 감독은 특히 베테랑들이 올 시즌 평균 득점 1위 DB의 흐름대로 휘말리지 않게 경기 속도를 최대한 늦추라는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흐뭇해했다.

송창용은 "팀 운영은 감독님의 지시대로만 하면 된다.

그대로만 따르면 좋은 결과, 성적이 온다"며 "선수들은 실제로 뛰는 사람들이다.

감독님 지시에 맞춰 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