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기업의 속도와 효율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HMG경영연구원의 양진수 자동차산업 연구실장의 발언에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국의 전기차산업에 대해 그는 “글로벌 전기차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2024년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HMG경영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기업의 경쟁력을 두 가지로 꼽았다. 연구원에 따르면 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중국에서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수요가 있는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짜고 있다고 짚었다. BYD만 해도 올해 하반기부터 태국과 브라질, 헝가리에 연간 최대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잇달아 준공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HMG경영연구원은 중국발 가격 인하 경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렴한 가격 외에 연구원은 짧은 신차 개발 기간을 또 다른 핵심 경쟁력으로 거론했다.

이에 이미 폭스바겐 등은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테스트 자동차를 만들 때 각종 디지털트윈(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는 등 시장 수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연구원은 그 결과 기존 완성차 업체 기준으로 50개월 이상 걸리던 신차 개발 기간을 36개월 이하로 대폭 줄였다고 분석했다. 양 실장은 “폭스바겐과 닛산 등이 시장 수요가 커지는 중저가 전기차를 발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샤오펑, 링파오 등과 손잡았다”고 말했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친환경차 수요는 1646만 대 수준으로 예측됐다. 작년 대비 24.6%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2021년(성장률 111.2%) 이후 성장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