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좋은 동시 2023' 출간
올해의 좋은 동시 57편 선정…키워드는 '공감과 위로'
"너 바보니? / 그 애가 널 때리면 너도 똑같이 때려 / 알았어? // 하지만 엄마, 내가 그 애를 때리면 / 그 애가 아프잖아"
지난 1년간 각종 매체에 발표된 신작 동시 가운데 57편의 작품을 선정해 엮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출판그룹 상상)에 수록된 시 '친구'(고영민 작)의 한 대목이다.

상대방이 때리면 똑같이 때려주라는 엄마의 다그침에 아이는 타인의 고통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어른인 엄마를 머쓱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동시도 있다.

"버럭 욕하는 소리 / 다짜고짜 막대기를 휘두르는 사람 / ―도망갈까? ―아냐 / ―짖을까? ―그래 짖자"(성명진 동시 '개 둘'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개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 들로 나온 뒤 마주친 인간의 폭력 앞에 달아나지 않고 연대와 저항의 행위를 택한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출판그룹 상상의 '올해의 좋은 동시' 기획에서 선정된 작품들에선 유독 약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힘없는 존재들이 다수에 의해 소외되는 현장을 포착해 따뜻한 시선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시편들이다.

힘겹고 어려운 세상에 가볍고 산뜻한 시선으로 접근해 웃음을 주는 시들도 있다.

"비누가 단단히 토라졌다 / 굳어 있다 / 꽉 쥔 주먹 같다 / 이럴 땐 얼른 비누의 기분을 풀어 주어야 한다 / 물로 살살 달래며 / 손으로 비누를 비빈다 / 비누가 풀린다 / 벌써 거품이 인다 / 비누의 옆구리를 살짝 간질이니 / 비누가 깔깔 웃는다"(송찬호 '비누' 전문)
분노한 상대방에게 똑같은 분노가 아니라 살살 달래고 비벼 풀어주라는 말에 독자의 마음도 비누처럼 스르르 녹는다.

올해는 특히 안도현, 최승호, 송찬호 등 기성 문단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시인들이 쓴 동시도 다수 선정됐다.

책 출간을 기념해 18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마련된 동시 토크에는 시인들이 직접 참석해 자신의 동시를 낭송했기도 했다.

이 가운데 최승호 시인은 본인의 작품 '칠성장어가 칠성무당벌레에게'를 들려줬다.

"나는 가끔 / 내가 북두칠성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어 /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다시 /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 들고는 하지 // 칠성무당벌레야 / 너도 그런 생각 들지 않니"
상상. 14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