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힘들어도 아빠와 지내고 싶다'는 아이 말 명심하길"

제주의 공원에 어린 아들을 유기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30대 중국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처를 받아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공원에 9살 아들 버리고 간 30대 중국인 2심서 집행유예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A씨(38)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아이를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항소심에서는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감경을 호소했다.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인정했으며,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A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반성하고 있다.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아이와 함께 잘 살겠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A씨에게 당부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 잠든 아들 B군(당시 9세)을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잠에서 깨 울면서 아빠를 찾는 B군을 발견한 서귀포시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튿날인 8월 26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무사증 입국해 며칠간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8일가량 노숙했다.

그러다가 범행 당일 공원에 가방, 편지와 함께 아들을 두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남긴 편지에는 '나의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B군은 제주의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 인계돼 중국으로 먼저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