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마약 투약 관련 경찰 조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 등 연예인들이 언급된 '유흥업소 마약 사건'의 최초 제보자가 심경을 밝혔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70일, 고(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회차는 이선균이 입건된 경위부터 경찰 조사를 받은 과정 등 사망하기 전까지의 70일을 다뤘다.

이번 마약 사건의 시발점인 A씨는 지난해 9월 유흥업소 실장 김모 씨가 지속해서 여자친구에게 마약을 준 것을 보고, 지난해 9월 두 사람을 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신고한 인물이다.

A씨는 "마음이 진짜 안 좋다. 솔직히 말해서 나 때문은 아니다"라며 "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했는데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이선균과 김씨 쪽으로 타깃이 돌아갔다. 연예계 쪽으로"라며 의도치 않게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A씨에게 "(마약 투약 관련) 제보할 당시 고 이선균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나"고 묻자, A씨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선균, 지드래곤의 이름이 튀어나오니 이런 애들(전 여자친구 등)은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방송에 출연해 심경을 밝힌 '연예계 마약 파문' 최초 신고자.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 출연해 심경을 밝힌 '연예계 마약 파문' 최초 신고자.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앞서 경찰은 유흥업소 종사자인 피의자 김씨의 진술에 따라 이선균을 입건했다. PD수첩은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입수했는데, 11차례 진행된 피의자 신문에서 경찰과 김씨가 이선균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 196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마약 관련 혐의로 김씨를 처음 조사한 건 지난해 10월 19일로, 첫 피의자 신문 종료 시각은 같은 날 오후 2시 19분경이었다.

이후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17분께 한 지역 언론사는 한 톱배우가 마약 혐의로 내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는 이선균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으나 그가 과거 출연한 작품 등이 묘사돼있었다.

이선균은 소변 간이 건사와 모발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결과에도 이선균은 경찰에 3차로 소환됐고, 이선균이 3차 소환 당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강압 수사를 이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근창 마산동부경찰서 경감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되게 많았다. 10년 사이에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거 보면서 너무했다고 (생각)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싶다). 이런 끔찍한 경우가"라며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유독 이선균의 사건에 집중했던 이유와 관련, 지드래곤의 불송치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배상훈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드래곤이 불송치되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거다. 지드래곤이라는 진짜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마약 수사 검사 출신인 배한진 변호사도 "같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권지용이 불송치가 나와 압박이 됐을 거다.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