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권 침해, 절대 용납 안돼"…중동 확전 기운 고조 이란이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 위치한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파키스탄은 이란의 '이유 없는 침범'으로 어린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한 군사행동에 나선 데 이어 이날 파키스탄 영토까지 공격하면서 중동 내 확전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밤 이란이 파키스탄에 위치한 자이시 알아들의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IRNA 통신은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이 공격에 이용됐다고 보도했고,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번 공격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자이시 알아들은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으로 2012년에 설립됐으며 주로 국경 지대에서 활동한다.
2019년 파키스탄과 가까운 이란 남동부 국경지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수송 버스를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장병 27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란은 이 테러의 배후로 자이시 알아들을 지목했다.
양국은 정확한 공격 지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내 여러 SNS 계정은 국경지역인 발로치스탄 지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장부는 공격받은 지 몇시간 만인 17일 새벽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에 대해 "2명의 무고한 어린이를 사망케 하고 3명의 여자아이를 다치게 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파키스탄과 이란 사이에는 여러 통신 채널이 존재하는데도 이러한 불법 행위가 발생해 더욱 우려스럽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은 항상 테러가 이 지역의 모든 국가에 공통적인 위협이라고 말해 왔다.
이러한 일방적 행동은 좋은 이웃 관계에 부합하지 않으며 양국 간 믿음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 주재 이란 외교관을 소환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무장세력들이 상대방 영토에서 공격을 감행하도록 허용한다고 서로를 자주 비난해왔지만 양측의 공식 군대가 교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유지하던 양국 관계가 이번 공격에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더 선명해진 이란 중심의 이른바 '저항의 축' 전선이 파키스탄으로까지 번지면서 중동 전반에 전운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전날인 15일 밤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 에르빌주(州) 주도 에르빌 인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와 테러단체들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 작전에 대해 "다른 나라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한다"면서도 "국가 안보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월째에 접어든 가자지구 전쟁 동안 이란은 레바논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대리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사실상 간접전을 벌였지만 모사드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타격 가능성도 급격히 커진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