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거장과의 작업, 독특한 경험"…소속사 "작가 상상 산물"
'업계 신성' 작가로 띄웠던 언론들 "검증 부족" 오보 사과
'미야자키 하야오와 교류' 주장한 콜롬비아 작가, 거짓 드러나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최근 세계적 애니메이션 거장인 일본 출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교류하며 작업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던 젊은 작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전도유망한 업계 샛별'의 경력은 그러나 거짓말 또는 과장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주인공도 이를 일부 인정하면서 며칠 만에 졸지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6일(현지시간) 엘티엠포와 세마나 등 콜롬비아 주요 언론매체에 따르면 헤랄디네 페르난데스(30)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는 최근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에 참여한 유일한 콜롬비아인으로 알려지면서, 현지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된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 클립에서 "250명으로 구성된 미야자키 팀의 일원"으로 소개하며 "영화에서 2만5천 프레임가량 작업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원격으로 일본에 있는 팀과 소통했다고 설명한 뒤 "일본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했을 때 거장(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직접 만날 기회도 있었는데,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주요 언론 매체는 "아시아가 주류인 애니메이션 업계에 콜롬비아 출신 신성이 등장했다"며 앞다퉈 페르난데스 띄우기에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애니메이션 작품 참여자 명단에서 페르난데스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작가에게 2만5천 프레임의 작업량을 할당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페르난데스의 작품 참여 여부에 대한 진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처음에 "나를 질투하는 다른 작가들로부터 비롯된 공격"이라고 맞섰지만,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정식 계약서 사본 등을 증거로 요청한 언론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전날 '블루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분만 작업했고, 전체적으론 이야기가 과장됐다"고 시인했다.

현지 매체 '캄비오'는 페르난데스가 '작업 인증서'라며 일본어로 된 관련 사진을 보내오긴 했는데, 실제로는 도자기 강좌 수료증이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는 "작업에 조금이라도 참여한 게 맞느냐"라거나 "단 며칠 만에 콜롬비아의 자존심에서 수치로 급전직하"라는 등의 페르난데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콜롬비아 주요 언론들은 페르난데스에 대한 기사가 '가짜뉴스'였다며, 반성문에 가까운 정정 보도문을 게시했다.

최대 유력 일간지 엘티엠포는 이날 "그가 근무하는 콜롬비아 업체 대표는 모든 게 상상의 산물이라고 확신했다"며 "내부 검증 프로세스 실패에 대해 독자께 깊이 사과드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