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줄여 신뢰 강화…자산관리 전문은행 되겠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올해를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전문은행이 되는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새해 첫 현장방문으로 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찾았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자산관리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하루 빨리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자산관리(WM)업계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역발상’ 전략을 택한 셈이다.

임 회장은 17일 우리은행의 대표 자산관리 특화센터인 서울 서초구 ‘투 체어스 익스클루시브(TCE) 센터’를 방문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총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올해 첫 외부 일정으로 PB센터를 선택한 것은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자산관리’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건 지난해엔 바이오헬스업체를 찾았다.

임 회장은 ELS사태로 은행권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을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으며 비싼 수업료를 낸 덕에 이번 ELS 태풍을 일부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가 된 2021년부터 2년간 우리은행이 8조2000억원에 달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을 팔았지만 H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은 601억원에 불과했다”며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전체 ELT 판매액의 5%까지만 H지수 기반 상품을 판매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좋은 상품을 팔아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실이 났을 때를 대비해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내부통제 시스템뿐 아니라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PB들에게도 직접 “PB분들이 신뢰를 지키는 첨병”이라고 격려했다.

임기 2년 차 모토 역시 ‘고객이 믿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전문은행’으로 정했다. 국내외 자산관리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임 회장은 “최근 부산 마린시티에 신설한 특화센터가 그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점차 줄여가는 상황에서 자산관리 특화지점을 빠르게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3년 내 서울을 비롯해 대구 등에 특화센터를 10곳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