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총통 선거 발표가 있던 지난 13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SK오션플랜트 생산지원동. 이곳의 핵심 부서인 풍력생산본부 임직원들은 친환경 투자를 공언한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는 소식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해상풍력발전 구조물을 제조하는 SK오션플랜트에 대만은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 시장’이다. 자칫 친중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대만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할 상황이었다.

국내 풍력발전 관련 기업이 수출 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주요 수출처인 대만과 미국에서 잇따라 날아온 낭보 덕분이다. 미국에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발 친환경 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등 수요 반등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만 해상풍력 설비 입찰 ‘청신호’

대만 '그린맨' 당선·美 IRA 특수…풍력기업 '신바람'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오션플랜트는 올 상반기 중 대만의 라운드3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입찰할 계획이다. 2035년까지 15기가와트(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증설하는 국책 사업이다. 1GW는 연간 약 280만명이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라운드1·2 사업에서 전체 물량의 44%인 193기의 하부구조물 제작을 수주했다”며 “앞으로도 대만에서의 하부구조물 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주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 해상사업부의 주력은 해상풍력발전기를 바다 위에 띄울 수 있게 하는 하부구조물 제조다. 해상풍력 매출의 100%가 대만에서 나올 정도로 대만 의존도가 큰 편이다. SK오션플랜트가 대만 선거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둘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친중 후보가 당선됐다면 기존에 계획한 프로젝트 착수 여부가 불투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부총통에서 이번에 민주진보당 후보로 당선된 라이칭더 총통은 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5236억원으로 추정되는 해상풍력발전 매출이 내년엔 75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도 대만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스틸파이프는 지난해 대만전력공사(TPC)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7500t의 강관을 공급하며 대만 수출의 ‘첫발’을 뗀 바 있다.

○“미국 풍력 수요 역대급”

국내 풍력발전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중국, 유럽에선 자국 업체들이 워낙 득세하고 있는 탓에 대부분의 업체가 국내·대만에서 업력을 쌓은 뒤 미국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풍력발전 관련 업체들이 기회로 삼고 있는 소식은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설치 회사인 베스타스로부터 나왔다. 베스타스는 지난해 4분기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6.9GW 규모의 풍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4.6GW가 미국에서 발주했다. 분기 기준 창사 이후 최대치다. 업계는 미국의 풍력발전 수요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스타스에 대한 수출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씨에스윈드로선 호재다. 씨에스윈드는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타워’를 제조하는 회사다. 매분기 3000억~4000억원 수준이던 씨에스윈드의 매출은 올해 분기당 평균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풍력발전기용 베어링을 수출하는 씨에스베어링 역시 올해 처음으로 연매출 15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