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은 눈앞·시너지는 요원…주가 하락
제약사, 신약개발 자금부담↓·경영권 분쟁 조짐까지…주가 급등
오리온·OCI, 이종 바이오 품자 주가 '뚝'…제약사만 강세
최근 오리온과 OCI홀딩스가 잇달아 '이종 사업'인 제약사의 지분을 인수하며 먹거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정작 증시에서의 반응은 냉담해 눈길을 끈다.

반면 해당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탄탄한 자금줄이 마련된 데다, 기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도 완화되며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17.51% 급락한 9만6천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주가가 9만6천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OCI홀딩스 역시 그룹 간 통합을 발표한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었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7.46% 하락한 9만6천800원이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상한가까지 오른 5만6천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날 레고켐바이오는 전날보다 4.74% 떨어진 5만2천2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에는 전일 대비 6.57%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앞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2일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리온도 전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구주 매입을 통해 5천500억원을 투자,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함으로써 최대 주주가 된다고 공시했다.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에 언제나 목이 마른 제약사들로서는 이번 통합·인수 결정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고, OCI가 기존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내수 위주의 매출에서 벗어나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이번 계약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잔여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한미약품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오버행 우려가 일단락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레고켐바이오의 경우도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창업 이후 총 3천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창업주는 8.54%라는 낮은 지분을 유지해왔다"며 "제약사 특성상 신약 개발에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했고 조달 시 재분 희석 문제가 자주 불거졌는데 이번 계약으로 시장 우려를 불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그룹 간 통합 결정에 반발하자, 향후 경영권 분쟁 발생에 따른 지분 경쟁을 기대하며 유입되는 매수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OCI, 이종 바이오 품자 주가 '뚝'…제약사만 강세
반면 이들 제약사를 품에 안는 오리온과 OCI홀딩스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존재하지만, 우려가 앞서는 모습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OCI홀딩스의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사업이 경쟁이 심하고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저평가의 원인이었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내부 유보 현금을 성장성 높은 사업에 투자하게 돼 변동성 높은 기존 사업의 비중이 작아지게 됐다"며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성격이 전혀 다른 바이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단기적인 재무적 부담은 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10%에 따른 지분 희석 문제가 있고, 단기간 안에 이종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및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두 산업은 연구개발(R&D)·기술력·운용 능력뿐 아니라 업계 네트워크와 장기간의 업력이 요구되는 만큼 향후 중장기에 걸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과거 국내 화학산업 내 (사업영역) 확장 사례에서 간혹 실패한 경우가 있기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 경기 방어주인 오리온의 변신에 대해서도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이라는 투자 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