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새 지체없이 진전…미사일·포격 도발 병행해 긴장 고조
김정은, 통일 폐기 '속도전'…대남기구 정리·주적 규정·헌법 명기
북한이 새해 들어 대화는 끊고 대결을 향해 나아가는 절차를 거침없이 밟아감에 따라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추구, 내부 불만 차단, 주민들의 대남 추종 근절 등을 북한의 의도로 분석하며 일관성 있는 대북 대응을 주문했다.

16일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올해 약 2주 동안 '통일'과 '민족'이라는 단어를 지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23년을 결산한 지난해 12월 26∼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부터 불거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포했다.

이어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를 포기하고 통일을 위한 각종 조직·기구를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올해 첫날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대남 기구 정리 작업이 개시되면서 구체화했다.

이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이 폐지됐고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대외 선전매체들의 명맥이 끊겼다.

김 위원장은 '주적' 발언으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지난 8∼9일 군수공장 현지 지도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며 한국이 북한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할 경우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2021년 10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제는 한국을 주적으로 특정한 것이다.

이어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는 '통일 폐기'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방침을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고 재확인하며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시기 북한은 발언을 통한 긴장 고조뿐 아니라 무력 도발과 공세적 외교를 곁들이며 행동에도 나섰다.

지난 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공장 공개, 5∼7일 서해 북방 도서 인근 포 사격, 14일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발사 및 최선희 외무상 러시아 방문 등이 이뤄졌다.

김정은, 통일 폐기 '속도전'…대남기구 정리·주적 규정·헌법 명기
북한의 이런 언행은 궁극적으로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미국과 한국의 북핵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북한이 군사적 긴장과 무력 충돌을 일으켜 정세가 불안해질수록 미국과 한국이 핵 군축론과 핵 비확산론을 꺼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파악했다.

북한은 아울러 핵 무력 건설 노선에 대한 내부 불만 차단, 북한 인민의 남측에 대한 동경과 추종 근절 등을 위해서도 대남·통일 노선을 전환했을 것이라고 오 실장은 관측했다.

통일연구원의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은 "외부 정보 유입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북·통일정책, 북한 인권 정책을 지속적·일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