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윌슨 교수 "필라델피아 제약·바이오산업 성공은 훌륭한 의사과학자 키운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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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윌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인터뷰
아시아·유럽은 의사 역할에
전통적인 사고 방식만 고수
의사과학자가 과학으로
신약개발 새 패러다임 제시해야
아시아·유럽은 의사 역할에
전통적인 사고 방식만 고수
의사과학자가 과학으로
신약개발 새 패러다임 제시해야
“제약·바이오산업 자체가 전무했던 필라델피아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중심지로 거듭난 데는 훌륭한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컸습니다.”
30여 년 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제임스 윌슨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지역은 보스턴에 이어 미국에서 CGT 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셀(cell)리콘밸리’로도 불린다. 세계 첫 유전자치료제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모두 여기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한국은 의사의 역할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윌슨 교수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의사는 환자를 돌보고 과학자는 연구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면허(MD)와 박사학위(PhD)를 모두 받을 수 있는 훈련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두 분야 모두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세기의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의사과학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를 적극 양성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주요 의대에서 의사과학자 과정을 운영하며 등록금과 숙식비용을 전액 제공하고 있다”며 “학자금 대출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일정 기간 개업이 금지되고 연구자로 근무해야 한다.
미국은 전국 50여 개 의대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대협회(AAMC)에 따르면 미국 의대에 입학하는 연간 2만2000명의 학생 중 3% 수준인 약 700명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들의 80% 이상은 졸업 후 학계·산업계·정부 등에서 의학 연구를 지속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약 1.6%로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이를 3%로 끌어올리기 위해 학부와 전공의, 전일제 박사과정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AIST와 포스텍 등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윌슨 교수는 면역학 연구의 대가인 칼 준 교수를 펜실베이니아대에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칼 준 교수는 세계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를 개발한 인물이다. 윌슨 교수는 “임상종양학자이자 T세포를 연구하던 칼 준 교수와 함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취미를 함께 즐길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동료 연구자이자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도 의사과학자다.
더불어 윌슨 교수는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실험 후 기술이전하는 전통신약과 달리 CGT 같은 신규 모댈리티(치료접근법)는 학계 인프라를 이용해 임상 1상을 진행한 뒤 기술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물실험의 효능이 실제 인체에서 재현되지 않을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윌슨 교수는 “개발 초기 플랫폼에 대해 학계에서 임상을 수행하는 것도 의사과학자의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30여 년 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제임스 윌슨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지역은 보스턴에 이어 미국에서 CGT 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셀(cell)리콘밸리’로도 불린다. 세계 첫 유전자치료제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모두 여기에서 탄생했다.
○의사과학자 키워 국제 경쟁력 갖춰야
윌슨 교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는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기초연구에 참여하기보다 환자를 돌보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학을 통해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한국은 의사의 역할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윌슨 교수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의사는 환자를 돌보고 과학자는 연구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면허(MD)와 박사학위(PhD)를 모두 받을 수 있는 훈련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두 분야 모두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세기의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의사과학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를 적극 양성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주요 의대에서 의사과학자 과정을 운영하며 등록금과 숙식비용을 전액 제공하고 있다”며 “학자금 대출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일정 기간 개업이 금지되고 연구자로 근무해야 한다.
미국은 전국 50여 개 의대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대협회(AAMC)에 따르면 미국 의대에 입학하는 연간 2만2000명의 학생 중 3% 수준인 약 700명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들의 80% 이상은 졸업 후 학계·산업계·정부 등에서 의학 연구를 지속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약 1.6%로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이를 3%로 끌어올리기 위해 학부와 전공의, 전일제 박사과정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AIST와 포스텍 등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의사과학자 역할 중요
실제로 필라델피아의 많은 혁신신약이 의사과학자의 손에서 탄생했다. 윌슨 교수도 의사이자 과학자다. 일평생 유전성 질환을 연구한 그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의 상용화를 이끈 인물로 유명하다. 유전자 전달체인 AAV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는 “유전병 환자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료제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윌슨 교수는 면역학 연구의 대가인 칼 준 교수를 펜실베이니아대에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칼 준 교수는 세계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를 개발한 인물이다. 윌슨 교수는 “임상종양학자이자 T세포를 연구하던 칼 준 교수와 함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취미를 함께 즐길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동료 연구자이자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도 의사과학자다.
더불어 윌슨 교수는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실험 후 기술이전하는 전통신약과 달리 CGT 같은 신규 모댈리티(치료접근법)는 학계 인프라를 이용해 임상 1상을 진행한 뒤 기술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물실험의 효능이 실제 인체에서 재현되지 않을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윌슨 교수는 “개발 초기 플랫폼에 대해 학계에서 임상을 수행하는 것도 의사과학자의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