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農퓰리즘’…민주당, 최저가격보장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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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서 단독 처리
2년 전 '남는 쌀 의무 매입' 양곡법과 판박이
쌀 포함 17개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보장
10년 뒤 쌀만해도 年4조 들 듯...정부 "17개 농산물론 추계 불가"
2년 전 '남는 쌀 의무 매입' 양곡법과 판박이
쌀 포함 17개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보장
10년 뒤 쌀만해도 年4조 들 듯...정부 "17개 농산물론 추계 불가"
더불어민주당이 쌀을 포함한 17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국가가 보장하는 ‘최저가격보장제’를 단독 처리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무력화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시즌2’격으로, 정부는 “비용 추계도 안될 정도로 과도한 포퓰리즘 법안”이라 반발하고 있다. 100일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현실성보단 표심 잡기에 매몰된 ‘선거용 입법’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15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주요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정부가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2022년 10월 민주당이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시장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을 농해수위에서 소위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것과 판박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장 90일까지 법안심사를 하도록 한 상임위 내 협의 기구다. 재적위원 6명은 국회 다수당과 나머지 당 의원을 같은 수로 구성한다. 농해수위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짜였다. 무소속 안건조정위원으로는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의원이 배정됐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을 탈당한 ‘무늬만 무소속’인 윤 의원을 활용한 ‘꼼수’를 또 다시 활용한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일부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무산된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게 해 쌀값을 부양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전선을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다른 농산물까지 넓히고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바꿨다.
시장격리 의무화는 혜택이 쌀에만 집중돼 쌀 공급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지만, 가격안정제는 혜택이 모든 농산물에 분산돼 시장 교란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안정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 쌀 공급 과잉 주범으로 지목돼 폐지했던 ‘변동직불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직불제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2016년 과잉 생산으로 수확기 쌀값이 80kg당 13만원까지 떨어지고 변동직불금으로만 그해 농식품부 전체 예산(14조4000억원)의 10%가 넘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단 수량 늘리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농산물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부 재정만 더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가격보장 대상에 쌀 뿐 아니라 다른 작물들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결국은 쌀 공급 과잉이 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쌀은 2022년 기준 기계화율이 99.3%로 채소류 등 밭작물(6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점차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영농 편의성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제 하에서도 다른 작물보다는 쌀을 재배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투입 규모에서도 양측의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액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식품부는 쌀 단일 품목에만 가격안정제가 도입되도 재정 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17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농산물까지 포함시킨 재정 추계는 현재 민주당안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차액을 얼마나 보전해줄 것인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저자격보장제가 도입될 경우 직불금 확대와 수입보험 도입 등을 통해 농가 경영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의 틀 자체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농업직불금을 늘려 농업 종사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밀이나 콩 등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전반적인 농산물 수급을 조절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보험의 방식을 활용해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거나 수확량이 감소해 농업 수입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수입보장보험도 올해 도입을 준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안정제 도입은 결국 고질적인 쌀 과잉 생산 구조를 심화시켜 쌀값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재정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결국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농업 발전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실현 가능성보단 총선용으로 가격 보장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 상 안건조정위에서 강행된 법안이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해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소 60일까지 계류가 가능하다.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에 대해선 소관 상임위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로 보낼 수 있어 민주당이 서두를 경우 3월 말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이 본회의까지 열어가며 이들 법안 통과를 강행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민주당은 15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주요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정부가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2022년 10월 민주당이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시장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을 농해수위에서 소위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것과 판박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장 90일까지 법안심사를 하도록 한 상임위 내 협의 기구다. 재적위원 6명은 국회 다수당과 나머지 당 의원을 같은 수로 구성한다. 농해수위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짜였다. 무소속 안건조정위원으로는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의원이 배정됐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을 탈당한 ‘무늬만 무소속’인 윤 의원을 활용한 ‘꼼수’를 또 다시 활용한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일부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무산된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게 해 쌀값을 부양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전선을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다른 농산물까지 넓히고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바꿨다.
시장격리 의무화는 혜택이 쌀에만 집중돼 쌀 공급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지만, 가격안정제는 혜택이 모든 농산물에 분산돼 시장 교란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안정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 쌀 공급 과잉 주범으로 지목돼 폐지했던 ‘변동직불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직불제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2016년 과잉 생산으로 수확기 쌀값이 80kg당 13만원까지 떨어지고 변동직불금으로만 그해 농식품부 전체 예산(14조4000억원)의 10%가 넘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단 수량 늘리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농산물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부 재정만 더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가격보장 대상에 쌀 뿐 아니라 다른 작물들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결국은 쌀 공급 과잉이 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쌀은 2022년 기준 기계화율이 99.3%로 채소류 등 밭작물(6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점차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영농 편의성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제 하에서도 다른 작물보다는 쌀을 재배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투입 규모에서도 양측의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액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식품부는 쌀 단일 품목에만 가격안정제가 도입되도 재정 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17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농산물까지 포함시킨 재정 추계는 현재 민주당안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차액을 얼마나 보전해줄 것인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저자격보장제가 도입될 경우 직불금 확대와 수입보험 도입 등을 통해 농가 경영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의 틀 자체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농업직불금을 늘려 농업 종사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밀이나 콩 등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전반적인 농산물 수급을 조절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보험의 방식을 활용해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거나 수확량이 감소해 농업 수입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수입보장보험도 올해 도입을 준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안정제 도입은 결국 고질적인 쌀 과잉 생산 구조를 심화시켜 쌀값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재정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결국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농업 발전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실현 가능성보단 총선용으로 가격 보장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 상 안건조정위에서 강행된 법안이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해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소 60일까지 계류가 가능하다.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에 대해선 소관 상임위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로 보낼 수 있어 민주당이 서두를 경우 3월 말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이 본회의까지 열어가며 이들 법안 통과를 강행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