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두 번째 시즌…지난해 5위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더 높은 곳 목표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은 "자신 있다"…시프트 금지는 이득 있을 것으로 예측
이승엽 감독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 있을까…많이 준비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47) 감독은 지난 시즌 9위였던 팀을 맡아서 5위로 가을야구 무대에 진출했다.

그러나 '국민타자'의 첫 감독 시즌에 대한 외부 평가는 냉정했다.

'9위 팀을 5위로 만들었다'며 호평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전력 구성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감독은 이 때문인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신년회에서 "나부터 변하겠다"고 선수들에게 약속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밖에서 저를 보는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평가를 바꾸려면 모든 걸 바꿔야 한다"면서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은 없다.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금지 등 대격변을 앞두고 있다.

이 감독은 10개 구단 모두 같은 상황이라면서도 작년 투수들이 성적이 좋아서 자동 볼 판정은 불리하지 않을 거라 예측했고, 좌타자가 많은 타선 구성상 수비 시프트 금지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엽 감독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 있을까…많이 준비했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 야구장 한 번씩 나와서 생각도 하고,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나 보고. 트레이닝 파트 보고, 구단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생각보다 바쁘게 지냈다.

--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 아쉽다.

우승 말고는 만족할 감독 코치 선수 있을까 싶다.

144경기 시즌 치를 땐 길게 느껴지는데 끝내보니까 굉장히 아쉬움도 많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매우 아쉬운 한 해였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성적 올려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 성적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고 앞으로도 준비할 거다.

지난해보다 좋은 경기력,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 신년식 때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를 이야기했는데.
▲ 시즌 마지막 10경기부터 사실 힘이 많이 떨어졌다.

연장선인 와일드카드에서 승기를 잡고도 역전패했다.

거기서 시즌을 마무리해서 더 아쉬웠다.

그때 패배하는 과정에서 좀 더 좋은 경기력 보여줄 수 있었는데 판단 미스가 아쉬웠다.

(경기가 열린) 작년 10월 19일은 좀 여운이 오래 간 거 같다.

해가 지났으니 2024년은 새로운 해다.

지난해 좋지 않은 건 잊고 새로운 시즌 기다리고 있으니 패배를 통해서 저희가 더 단단해지고 냉철해지고, 발전하면서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엽 감독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 있을까…많이 준비했다"
-- 양석환 새 주장에게 기대하는 점은.
▲ 밝은 친구다.

선배들에게도 할 말을 할 수 있다.

후배들에게도 규율이라든지 프로 선수로서 지켜야 할 행동, 모범이 된다.

허경민이 작년 주장인데 몸도 좋지 않고 해서 바꿨다.

기대하는 부분은 코치들에게, 저에게, 후배 선수들에게 할 말은 하는 선수다.

우리 팀 발전을 위해 두산을 더 응원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이다.

FA도 했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이 기대한다.

개인 성적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 팀이 되기 위해 스스럼없이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

-- 코치들도 바뀌었다.

▲ 지난 시즌 마치고 나간 분도 계시고 들어온 코치도 있다.

신중히 처리했다.

원래 수석 코치인 김한수 코치가 타격으로 가신 것도 신중하게 생각했다.

지난해 타격이 사실 부진했다.

김한수 코치가 원래 타격코치 오래 하셔서 좋은 성과 거뒀고 저도 제자로 있었다.

좋았던 기억을 생각했다.

보직이 변경되면서 3루 자리 비었다.

(새 3루 주루 코치인) 고토 고지 작전 코치가 일본에서 경험이 있어서 적임자로 생각했다.

베이스 크기도 바뀌고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면 3루 역할이 중요하다.

경험 있는 코치 모시려고 하다 보니 3루로 가셨다.

수석 코치는 선수와 소통 잘해야 한다.

좌타자 많아 고민하면서 팀 발전을 위해 박흥식 수석 코치의 보직을 신중하게 결정했다.

-- '저부터 바뀌겠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 밖에서 저를 보는 평가가 정확하다고 본다.

그 평가가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안 좋았던 부분도 있다.

안 좋은 걸 좋은 거로 바꾸려면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코치 말도 좀 더 귀 기울이고 상황판단, 경기력, 선수들이 좋은 퍼포먼스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선수들은 아무 스트레스 없이 경기장에서 최선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한다.

판단을 빨리해서 장기레이스에서 많이 승리할 수 있게 하겠다.

또 끈질긴 모습 보이도록 시범경기 캠프 통해서 전력을 확정하겠다.

-- ABS 판정 등 제도 변화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 없다.

저희 팀만 바뀐다면 많은 생각 하겠지만 10개 구단 모두 바뀌니까 크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을 지금 봤을 때는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질 거 같다.

스프링캠프 동안 환경에 적응해야 할 거 같다.

우리는 좌타자가 많은 팀이다.

시프트 금지는 김재환 선수 보면 실보다는 득이 될 거 같다.

피치 클록은 전반기는 연습 삼아 하는 거니까 후반기 갑자기 적용된다면 적응하는 데 시간 걸릴 수 있다.

전반기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수는 작년 우리 선수들의 수치가 좋았기에 ABS 도입은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을 거라 본다.

이승엽 감독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 있을까…많이 준비했다"
-- 외국인 타자 새로 영입했는데.
▲ (작년에 뛴) 호세 로하스가 굉장히 아까웠다.

창원에서 와일드카드 때 정말 좋은 모습 보였다.

아무래도 부진할 때와 좋았을 때 차이가 명확했다.

타격으로 봤을 때는 아깝기도 하고 풀타임 뛰며 잠실구장 19홈런은 적은 숫자 아니라 고민 많았다.

그러나 팀에 좌타자 많아서 좌우 비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KBO리그 에이스 투수들이 대부분 좌투수다.

외국인 투수도 좌투수가 많다.

우타석에 서 줄 강력한 타자가 필요했다.

(새 외국인 선수) 헨리 라모스가 스위치히터고 트리플A에서 출루율과 장타율 다 높았다.

kt wiz에서 KBO 리그 경험도 있다.

우리 팀은 좌타자보다 우타자, 좌우 모두 설 수 있는 타자가 성적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예전 경험도 있으니 적응에 도움 될 거다.

좋은 타선에서 폭발력 있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스프링캠프에 가면 가장 보완하고 싶은 점은.
▲ 지난해 투수들이 좋았다.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곽빈, 김동주, 최승용, 최원준 등 선발 투수들이 부상 없이 한 시즌 보냈다.

선발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투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할 거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후반기에 구원진이 힘에 부쳤다.

여름 지나서 진정한 승부는 30경기 남은 시점에서 시작한다.

버틸 수 있는 투수를 발굴해야 한다.

신인 김택연도 봐야 한다.

투수진이 힘들었던 건 타선이 투수를 못 도와줘서다.

지난해와 다른 화끈한 야구를 하려면 타선에서 힘이 필요하다.

캠프에서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 팀 타격 지표를 올리는 게 해야 할 일이다.

-- 김재환이 지난달 미국 훈련에서 돌아오고 이야기 나눴나.

▲ 괜찮다고 하더라. 가을에 열심히 땀 흘렸고 12월엔 미국의 강정호를 찾아가 개인지도를 받을 만큼 김재환 선수는 간절한 상태다.

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느끼는 거 같다.

지금도 준비 과정이겠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지난 1~2년 부진한 원인을 찾아서 예전처럼 단단해져서 시즌 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본인이 더 잘 알 거다.

김재환이 잘하면 양의지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이승엽 감독 "우승 말고 만족할 감독 있을까…많이 준비했다"
-- 김재환이 기량을 되찾지 못할 때를 대비해 차선 대비책은 준비해야 하지 않나.

▲ 김재환은 잘할 거다.

대안보다는 우타자가 좋은 역할 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김대한 선수를 기대했는데 시즌 전에 마지막 연습에서 다쳐서 개막부터 힘들었다.

올해는 김대한 선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나왔으면 한다.

-- 신인 선수의 스프링캠프 참가 여부는.
▲ 투수 김택연 선수와 외야수 전다민 선수 두 명 데려갈 거다.

전다민은 워낙 빠른 선수라 보고 싶다.

김택연은 계약하고 몸이 안 좋았는데 완전히 회복했다.

절대 무리는 안 시키겠지만, 프로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선배들과 시간 보내며 1군에서 바로 뛸 수 있을지 보고 싶다.

마음가짐이라든지 프로에서 적응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있는지 캠프에서 확인하겠다.

-- 불펜 구성은 어찌 되나.

▲ (FA 협상 중인) 홍건희는 구단에서 잘해줄 거라 믿는다.

아직은 조웅천 코치와 이야기 중이다.

보직 결정하기보다는 캠프와 시범경기 가면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병헌도 중간에서 좋은 역할 해줬으면 한다.

좌타자가 많아서 강력한 좌완 구원이 필요하다.

기대해보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