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은행은 없습니다 [하준삼의 마켓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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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고객들은 은행 거래시 증권회사, 제2금융권과 비교해 안정적인 자산관리, 안전한 상품을 기대합니다. 무엇보다도 신뢰감의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시중은행은 국내에서 제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 중 하나입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ELS 상품을 비롯한 펀드상품, 파생금융상품 등은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경우, 원금보장형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의 상품들입니다. 문제는 투자상품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에게 많은 금액이 권유된다거나, 투자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노년층에 투자상품이 권유되거나, 보유한 금융자산 전체가 한꺼번에 투자되는 경우 등입니다. 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투자상품 손실사례가 금융기관에서 특히 은행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날까요?

둘째,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정부나 감독당국의 사전예방조치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유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나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냥 지켜봅니다. 문제가 터진 곳을 우선 수습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정부 당국도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나라전체의 금융시스템과 상황을 관리하기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따라서 기존에 불거진 문제를 수습하고, 또 다른 빅 이슈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합니다. 그런데 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죠. 왜 사전에 이런 문제를 예방하지 못했냐며 정부에 책임을 묻고 원망한들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100%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그럼 반복되는 투자상품 사고 사례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 은행의 평가시스템을 확 바꿔야 합니다.
은행도 사기업으로서 이윤추구를 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손익에만 치우친 평가제도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투자상품 권유와 가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손익의 배점 비중을 줄이고 고객만족도,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비율 등 다양한 기준으로 변경해 적용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당국의 은행 평가도 외형 및 손익 외에 사회공헌, 고객만족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돼야 합니다. 매 분기 또는 매년말 기준으로 각 은행이 얼마를 더 벌었느냐의 숫자가 경쟁적으로 공표되고, 이는 은행 경영진의 손익을 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내 돈으로 내가 투자하는 데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투자상품 문화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금융자산 내 투자상품 한도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투자성향 및 위험 감내도, 나이, 자산현황 등을 고려한 투자상품의 비중관리를 합니다. 가령 나이가 70세 이상이면 해당 은행에서 가입가능한 투자상품 비중은 그 은행에서 전체 보유한 금융자산 중 10% 이내만 가입 가능하게 합니다. 30, 40대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은행에서 처음 투자상품을 거래하는 경우, 전체 금융자산의 10% 이내로 한도를 제한합니다. 이후 투자상품 투자 경험이 쌓이면 20%, 30% 비중을 확대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투자상품 투자한도를 해당 은행의 금융자산중 일정비율로 제한하면, 시장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거나(공모펀드), 만기에 손실이 확정되더라도(ELS 상품), 손실비중은 제한됩니다. 그리고 은행 직원의 무리한 투자상품 권유도 일정수준까지 제한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 전체를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경제상황 악화 및 투자여건이 어려워지더라도 전체 금융자산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증권회사의 주식 약정고가 올라갑니다.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꼭 권유받지 않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좀 더 나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식투자를 늘리는 겁니다.
2000년 초반에서 2006년까지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국내에서도 해외펀드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펀드에 투자하고 큰 수익을 올리니 '펀드를 투자하세요'라고 권유하지 않아도 은행 창구에 펀드 가입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투자상품은 고객의 자발적인 판단에 의해 투자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분쟁사례도 줄어들 것입니다.
은행 투자상품 투자자도 스스로의 자산 관리가 필요합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내 자산처럼 고객의 자산을 확실하게 관리해드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말을 100%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은행에서 30년을 근무했던 필자도 많지 않은 나의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데 때로는 귀찮고 관리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물며 50~200명 정도의 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적으로 자산관리를 맡기고 그냥 놔두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나의 소중한 금융 자산이 관리되고 있는 은행에 주기적으로 나의 관심도를 표현해야 합니다. 1달에 한 번, 분기에 한 번,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은행에 가서 나의 자산 관리 현황에 대해 묻고 이상 여부도 확인하고 리밸런싱 의견도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스스로 지키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공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세상의 그 누구도 나를 전적으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거래하는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만을 위해 은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내 자산의 운용 결정, 결과의 책임은 온전히 나의 것입니다. 투자한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그 손실을 온전히 회복하거나 보상받을 길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금융자산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금융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누군가 알아서 잘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것에서 '바람직한 나의 자산관리'가 출발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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