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파워’ 거세지는 미술시장… 전시 비수기에도 불타오르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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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한 미술동네' 떠오른 강남
신년부터 화이트큐브 등 외국 갤러리와
원앤제이 등 국내 갤러리 전시 이어져
신년부터 화이트큐브 등 외국 갤러리와
원앤제이 등 국내 갤러리 전시 이어져
한국 미술시장의 중심지는 어딜까. 인사동이 힘을 잃은 2000년대 이후 지난 20여년간 사람들의 답은 삼청동 아니면 한남동이었다. 삼청동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국내 최정상급 토종 화랑 상당수가 모여 있다는 점, 경복궁 등 여러 문화유산과의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혔다.
한남동은 국내 최고 사립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의 존재와 함께 부촌이면서 강남·북 접근성이 모두 좋다는 점, 페이스·타데우스 로팍 등 강력한 외국계 화랑이 많다는 게 장점이었다.
“지금은 강남의 시대다.” 요즘 미술계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최근 1~2년 새 세계적인 화랑들이 너도나도 압구정·신사·청담에 한국 지점을 열기 시작했고, 이곳으로 둥지를 옮기는 국내 화랑도 늘어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급성장한 강남의 존재감은 전시 라인업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시 비수기’인 1월, 화랑들의 전시 개막이 가장 활발한 곳이 바로 강남이다. 화랑에게는 강남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지구촌 아트페어의 양대 산맥인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강남쏠림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굵직한 미술 관련 기관이나 행사가 없던 강남은 프리즈 서울이라는 구심점이 생기면서 ‘한국 대표 부촌’다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를 찾았다가 강남의 인프라와 잠재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해외 유력 화랑주들이 강남을 한국 진출 교두보로 낙점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청담동에 화이트큐브 서울점이 개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톱5’ 화랑 가운데 페이스(2017년 한남동 개관)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화이트큐브는 명성만큼 화려한 전시 라인업을 뽐내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는 일본 출신 인기 작가 미노루 노마타(69)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언뜻 보면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그림이지만 희망과 추억 등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열린다. 포르투갈의 유명 갤러리 두아르트스퀘이라도 지난해 청담동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갤러리다. 이곳에서는 두터운 붓질의 추상화를 그리는 영국의 젊은 예술가 에드몬드 브룩스-벡만(37)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열린다.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는 오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스위스 출신 설치작가 우르슬라 팔라의 전시가 열린다. 페로탕은 이달 말 이상남 작가의 전시 개막을 준비 중이다.
원앤제이갤러리에서는 지금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명중 작가(MJ KIM·52)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가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요작 상당수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전시장에는 세계 각지 호텔에서 창문 너머로 바라본 풍경들이 걸려 있다. 작가는 “화려한 호텔에 묵어도 방안에 들어가면 외롭기는 마찬가지고, 전망이 볼품없을 때도 많았다”며 “최고의 전망이든 볼품없는 콘크리트 벽이든, 좋고 나쁜 모든 게 삶의 조각이고 인생이라는 의미를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열린다.
2006년부터 14년간 인사동에서 운영하다 2020년 신사동으로 이전한 갤러리나우는 ‘강남행 갤러리’의 선구자 같은 존재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임대료가 훨씬 비싸긴 해도 분위기나 접근성, 고객층이 바뀌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지금 이곳에서는 중견 사진작가 창남의 개인전 ‘라메시스 Lamesis’가 열리고 있다. 바다와 파도 등을 감각적으로 담은 사진들을 선보이는 전시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한남동은 국내 최고 사립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의 존재와 함께 부촌이면서 강남·북 접근성이 모두 좋다는 점, 페이스·타데우스 로팍 등 강력한 외국계 화랑이 많다는 게 장점이었다.
“지금은 강남의 시대다.” 요즘 미술계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최근 1~2년 새 세계적인 화랑들이 너도나도 압구정·신사·청담에 한국 지점을 열기 시작했고, 이곳으로 둥지를 옮기는 국내 화랑도 늘어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급성장한 강남의 존재감은 전시 라인업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시 비수기’인 1월, 화랑들의 전시 개막이 가장 활발한 곳이 바로 강남이다. 화랑에게는 강남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세계적인 화랑들 “강남이 최고”
미술시장 중심이 강남으로 이동한 가장 큰 계기는 세계 정상급 화랑들의 진출이다. 2022년 페로탕이 서울점을 삼청동에서 신사동으로 이전했고, 뉴욕의 글래드스톤과 탕컨템포러리아트가 청담동에 한국 분점을 열었다. 이들은 ‘강남스타일’을 주름잡고 싶어했다.지구촌 아트페어의 양대 산맥인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강남쏠림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굵직한 미술 관련 기관이나 행사가 없던 강남은 프리즈 서울이라는 구심점이 생기면서 ‘한국 대표 부촌’다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를 찾았다가 강남의 인프라와 잠재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해외 유력 화랑주들이 강남을 한국 진출 교두보로 낙점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청담동에 화이트큐브 서울점이 개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톱5’ 화랑 가운데 페이스(2017년 한남동 개관)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화이트큐브는 명성만큼 화려한 전시 라인업을 뽐내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는 일본 출신 인기 작가 미노루 노마타(69)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언뜻 보면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그림이지만 희망과 추억 등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열린다. 포르투갈의 유명 갤러리 두아르트스퀘이라도 지난해 청담동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갤러리다. 이곳에서는 두터운 붓질의 추상화를 그리는 영국의 젊은 예술가 에드몬드 브룩스-벡만(37)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열린다.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는 오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스위스 출신 설치작가 우르슬라 팔라의 전시가 열린다. 페로탕은 이달 말 이상남 작가의 전시 개막을 준비 중이다.
국내 화랑도 “옮기니 좋네요”
국내 화랑들도 잇따라 강남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다. 2005년부터 18년간 가회동을 지키다 지난해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긴 중견 화랑 원앤제이갤러리도 그중 하나다. 새로 이전한 곳은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갤러리(분더샵청담 건물) 바로 옆. 박원재 대표는 “삼청동 인근에 있을 때보다 관객 수는 물론 구매력 있는 사람들의 방문도 훨씬 늘었다”며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원앤제이갤러리에서는 지금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명중 작가(MJ KIM·52)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가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요작 상당수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전시장에는 세계 각지 호텔에서 창문 너머로 바라본 풍경들이 걸려 있다. 작가는 “화려한 호텔에 묵어도 방안에 들어가면 외롭기는 마찬가지고, 전망이 볼품없을 때도 많았다”며 “최고의 전망이든 볼품없는 콘크리트 벽이든, 좋고 나쁜 모든 게 삶의 조각이고 인생이라는 의미를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열린다.
2006년부터 14년간 인사동에서 운영하다 2020년 신사동으로 이전한 갤러리나우는 ‘강남행 갤러리’의 선구자 같은 존재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임대료가 훨씬 비싸긴 해도 분위기나 접근성, 고객층이 바뀌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지금 이곳에서는 중견 사진작가 창남의 개인전 ‘라메시스 Lamesis’가 열리고 있다. 바다와 파도 등을 감각적으로 담은 사진들을 선보이는 전시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