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전문가들 "5월 20일 총통 취임식 전까지 전방위 압박할 것"
라이칭더 당선에 '불편'한 중국, 군사·경제적 압박 강화할 듯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면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전문가들은 오는 5월 20일로 예정된 총통 취임식까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사적 압박을 통한 위기의 일상화,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 등 경제적 압박, 대만 수교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 등 대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칭더가 총통 취임식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등에 대해 최대한 유화적으로 발언할 수 있도록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교수는 "앞으로 미중과 양안간 끊임없는 물밑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만 총통 취임식과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양안 관계 중대 고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그동안 라이칭더 당선인에 대해 후보 기간 '고집스러운 대만 독립 노동자'라고 칭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에 대해서도 2022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린 뒤 지난해에도 본인과 가족의 중국 본토, 홍콩 및 마카오 특별행정구 입국을 금지하는 등 추가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중화권 매체들도 양안 전문가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무원 고문이자 국제정치 분야 권위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민진당 집권 3기의 양안 대치 국면은 최소한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 많은, 거의 전면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도 대만 총통 취임식까지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조보 취재에 응한 왕신셴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는 "중국은 라이칭더가 5월 20일 취임식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이어 "중국은 '양안 경제 협력 기본 협정'(ECFA)에 대한 문제를 추가할 수 있고 동시에 (대만과 가까운) 푸젠의 경제적 매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에서 군사 활동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총통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9일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ECFA에 따라 적용하던 관세 감면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지난해 11월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해빙 모드를 보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무력시위를 자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니얼 러셀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정부가 라이칭더를 자극하는 대신 자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최근 몇 달간 이뤄낸 미국과의 긴장 완화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