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대만판공실, 논평 안 내놔…中과 대립 민진당 승리에 '무대응'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침묵하고 있다.

中, 대만 대선 라이칭더 당선에 '침묵'…관영매체도 보도 안해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께 라이 후보가 40%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짓고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지만, 중국 주요 관영 매체들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현재까지 선거 결과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오후 10시 종합 뉴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물류망 개선을 통해 전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머리기사로 내보낸 뒤 소소한 뉴스를 전했지만, 대만 대선 결과는 언급하지 않고 30분 분량의 방송을 끝냈다.

관영 통신 신화사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도 대만 대선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이런 대응은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보도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당시 CCTV와 신화사 등 관영 매체들은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 확정 소식을 신속히 타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선거 결과 직후 사평(社評)을 통해 "차이잉원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고, 국민당 한궈위 후보자를 모함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민진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양안 간 긴장 관계를 이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구시보의 이날 현재 사평에는 '무력 수단은 홍해의 안정 회복을 이룰 수 없다'는 제목으로 홍해 사태에 무력 개입한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바이두 등 포털 사이트에서 '대만'을 검색해도 대만 선거 결과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앞서 AFP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 웨이보가 대만 선거 관련 해시태그를 차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웨이보는 "관련 법과 규정, 정책에 따라 이 주제의 콘텐츠는 표시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 대만판공실 홈페이지에도 대만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들 부처의 홈페이지 상단에는 시 주석이 지난 12일 중국을 방문한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정상회담 한 내용과 아프리카의 인구 200만인 소국 레소토의 레치에 3세에게 중국과의 복교(復交) 30주년을 맞아 축전을 보냈다는 내용 등이 배치됐다.

대만을 수복해야 할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해왔던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대만 대선 결과에 대해 '남의 일'처럼 대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이런 대응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 승리가 예견됐던,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독립주의자' 라이 후보 당선 결과를 중국인들에게 서둘러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선에 성공했던 차이 총통을 맹비난했던 것처럼 중국 당국은 조만간 라이 후보를 겨냥해 대만 독립과 친미 행보를 견제하는 논조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