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당대표 거쳐 한때 잠룡 1위…'이재명 사당화' 직격하며 탈당
이낙연 운명, 제3지대 세력화에 달려…DJP연합까지 거론하며 적극적 연대 의사
이낙연, 24년 몸담은 민주당과 결별…제3지대 빅텐트 성공할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이른바 '이낙연 신당'의 성공 여부에 쏠리고 있다.

총선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이낙연 신당'의 운명은 제3지대 세력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빅텐트의 구심점이 돼 총선 판을 흔들어 거대 양당 지형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4월 총선에서 신당 간판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원내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 총리·당 대표 지낸 호남의 대표 정치인…민주 "꽃길만 걷다 탈당"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출입 시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처음 금배지를 단 그는 민주당에서 5선을 했다.

전남도지사였던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2020년 당에 돌아와서는 '어대낙'(어차피 당대표는 이낙연)으로 불리며 당권을 거머쥐었고, 한동안 여야 통틀어 대선주자 선호도 선두를 지키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대선 경선에서 강성 당원들의 막강한 지지를 등에 업은 현 이재명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대표를 이긴 곳은 고향인 광주·전남이 유일했다.

'명낙대전'으로 불릴 만큼 치열했던 대선 경선 경쟁은 이후 당의 후유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당은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로 쪼개져 계파 갈등을 지속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최근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낙연, 24년 몸담은 민주당과 결별…제3지대 빅텐트 성공할까
당의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후 1년간 미국 유학길을 떠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귀국한 뒤 '잠행'을 이어오다가 11월부터 '이재명 사당화'를 작심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더 나아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혁신이 필수라며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해 말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이 대표를 만났으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고, 결국 탈당을 택했다.

정치권에 들어온 지 24년 만에 민주당에 결별 선언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꽃길만 걷다가 탈당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회견에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나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결정에 대해 (평생 당원이었던) 나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 '이낙연 신당' 빅텐트 구심점 되나…李 "누구와도 협력하겠다"
정치권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끌 신당이 4월 총선에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3지대의 구심점이 돼 이른바 '빅텐트' 구축에 성공할 경우 대략 20∼30%에 달하는 부동층 표심을 흡수하며 총선판 자체를 흔들 수 있어서다.

특히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선거에서는 적잖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물론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은 이미 '양당 정치 탈피'를 기치로 제3지대로 나와 연대를 적극 모색 중이다.

이낙연, 24년 몸담은 민주당과 결별…제3지대 빅텐트 성공할까
이 전 대표도 이날 회견에서 제3지대에 이미 나와있는 정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준석 신당'과 연대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는 누구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협력해야 한다"며 "양당 독점의 정치 구도를 깨는 일은 만만치 않아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늦어도 내달 초 창당대회를 열겠다는 목표 아래 다음 주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울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사건으로 신당 추진 일정이 다소 지체된 만큼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낙연 신당의 첫 단추는 비명(비이재명)계 탈당파 3인방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손을 잡는 일이 될 전망이다.

탈당파 3인방이 추진하는 신당과는 선거 연대를 넘어 합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회견에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비명 탈당파를 묶어 신당을 만들고 난 뒤에는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정치 세력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빅텐트' 정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텐트론은 개별 신당으로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신당에 정의당(6석)보다 많은 7명 이상의 현역 의원을 모아 기호 3번을 받아야 한다(조응천 의원)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성공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각 보수층과 진보층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추구하는 정치 이념이 근본적으로 달라 화학적 결합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현재 제3지대로 뛰쳐 나온 정치인들과의 이념적 차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념 스펙트럼상 충분히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할 만하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DJP연합'을 이룬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며 "제가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 만난 그분들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라고 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핍박받던 이미지의 진보 인사였던 DJ조차 박정희 정부의 핵심 정객이자 정통 보수 지도자였던 JP와 손을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준석 신당 등과의 결합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전 대표는 "원래 대중정당에는 그러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이라며 "오히려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