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단, 모든 동작 일시 정지 '구조적 암흑 상태' 최초 규명
기체 이온 탄생·변화 과정 실시간 포착, '숨겨진 비밀' 찾았다
이온의 숨겨진 변신 과정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이효철 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기체 상태 이온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실시간 관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통해 이온이 구조적 암흑 상태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들을 거쳐 생성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온은 실생활에서 우주까지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리튬이온배터리,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흡수돼 에너지를 내는 것,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에너지 등이 모두 이온 활동의 결과다.

하지만 이온 구조 및 형태 변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 피코초(1조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수 옹스트롬(1억분의 1㎝)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이온의 시간과 공간에 따른 변화를 실험으로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과 고립된 기체 상태 이온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 화학 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 분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했다.

당시 연구는 X선을 이용했지만, 이온의 동역학 관측에는 더 높은 민감도를 가진 실험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더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회절'(MeV-UED) 장비를 활용했다.

여기에 특정 이온을 실험에서 관측할 정도로 대량 생성하기 위해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중성 상태 분자와는 다른 이온의 독특한 거동도 포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 3-다이브로모 프로판(DBP, C3H6Br2)에서 유래한 양이온 생성과 구조변화 과정을 관찰했는데, 양이온이 생성된 후 아무런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적 암흑 상태'(dark states)에 머무르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구조적 암흑 상태는 약 3.6 피코초 동안 지속됐다.

약 15피코초 후 DBP 양이온은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를 포함한 중간체로 변환됐다가, 77피코초 후 브롬 원자가 떨어져 나가며 최종적으로 브로모늄 이온((C3H7Br)+)을 형성했다.

연구팀은 "분자 이온의 구조적 동역학을 실시간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며 "생성된 기체 이온이 바로 구조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를 유지하다가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이효철 단장은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이온의 감춰진 비밀을 한 꺼풀 더 벗겨낸 것"이라며 "물질의 특성 변화 및 우주 화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이날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