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전담팀' 꾸려 준비…'답례품 43종·120여개' 선택폭 넓혀
'영·호남 강한 향토색·다채로운 특산품 매력 영향' 분석도
고향사랑기부금 영·호남에 몰렸다…'잭폿' 터뜨린 담양군
작년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에서 모금 상위권을 기록한 지자체들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영·호남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전국 243개 지자체가 거둔 기부금은 약 650억2천만원이다.

전남 담양군은 약 22억 4천만원을 기부받아 전국 1위에 올랐다.

제주특별자치도(18억2천만원), 전남 고흥군(12억2천만원), 전남 나주시(10억6천만원), 경북 예천군(9억7천만원), 전남 영광군(9억3천만원)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대부분은 농어촌이 많은 영·호남지역이다.

담양과 고흥, 영광군 등 3곳은 인구가 크게 줄면서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모금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들이 여건이 좋은 지자체에 비해 더 좋은 모금 성과를 거둔 데에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적극적인 홍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담양군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군청 참여소통실에 '고향사랑팀'을 꾸려 업무를 개시했다.

팀장을 포함해 4명의 직원이 현장에 나가서 홍보전을 벌이고, 지역 기업을 찾아다니며 기부에 관심을 유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기부자가 선택할 답례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담양군 고향사랑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전부터 팀을 꾸려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기부자 답례품은 쌀, 한우, 한과, 펫푸드 등 43개 품목, 120여개에 달할 정도로 기부자의 선택폭을 넓혔다"고 전했다.

담양군의 답례품 중 하나인 '대숲맑은 담양쌀'은 1천207개(3천621만원)이 팔려 전국에서 7번째로 많이 나간 답례품이 됐다.

고향사랑기부금 영·호남에 몰렸다…'잭폿' 터뜨린 담양군
영·호남이 서울이나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비해 향토색이 강한 것도 타지역에 비해 많은 기부를 끌어낸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거주자 중에는 영·호남 출신들이 많은데, 이들의 애틋한 고향사랑이 기부 행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호남이 기부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현지 특산물이 다채로운 점도 또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상위 1∼21위를 보면 가장 많이 팔린 전북 장수군의 '꿀이뚝뚝 장수신농사과'를 비롯해 영·호남 특산품이 14개나 된다.

제주(2개), 강원(3개), 충청(2개)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경기·인천 등지보다는 호남, 영남지역이 고향에 대한 인식이 더 높다고 본다.

그런 부분이 기부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각 지자체의 재정 확충은 물론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담양군은 기부금을 이용해 거동불편 어르신 병원동행 및 퇴원환자 통합돌봄과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등에 나선다.

울산 동구는 '청년 노동자 공유주택 조성사업'에, 충남 청양군은 홀로 사는 노인세대 등에 인공지능(AI) 스피커 보급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한다.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에는 현행 500만원인 기부상한액을 2천만원으로 올리고, 모금방법 제한을 완화하거나 지정기부 근거를 보다 명문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행안부는 지역별로 특색있는 기금사업 발굴을 지원해 기부 효능감을 높이고, 지속적인 기부와 재기부를 유도해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가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