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혁신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10일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 잔류를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성희롱 발언 의혹으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윤리감찰단 감찰을 받게 된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윤 의원의 잔류 결정을 힐난하고 나섰다.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의 잔류 결정에 관해 "그동안 같이 해온 과정에 비추어보면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면서도 "윤 의원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우리는 새로운 정치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길을 멈출 순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만 "윤 의원이 (잔류를) 고민했던 건 (현 부원장 성희롱 관련)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이라 직접적 관련이 있다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친명계 현근택 부원장은 윤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신년 행사에서 여성 당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되며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은 전날 현 부원장에게 제기된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윤리 감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대표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 좌장인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현 부원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두고 '문자 논의'를 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된 이후의 일이다. 이데일리가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의 말에 정 의원이 현 부원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알려진 뒤 윤리 감찰이 결정됐다.

윤 의원은 민주당 잔류를 결정한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며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윤 의원의 잔류 결정에 "감사드린다. 정치적 판단으로 남은 것이 아니다"며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남은 것이다. 또다시 그에게 모멸감을 주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윤 의원을 향해 "당신도 나가라"는 등의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프락치는 나가라", "윤석열 정권에 대해 입도 뻥긋 안 하면서 왜 민주당에 남아 있겠다는 거냐", "현근택이 컷오프되어도 윤영찬이 공천받기는 어려울 것", "현근택 작업한 것도 윤영찬 아니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