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4개 구단 설문조사…기업 80% 전환 찬성, 시도민은 71%가 반대
"입장 갈리는 이유는 '돈 잔치' 아시아 클럽대항전 접근성 차이"
"시도민구단의 '공무원 조직' 특성 탓" 분석도
K리그 추춘제 전환?…기업구단은 '찬성'·시도민은 '반대' 우위
축구팀 =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추춘제'로의 전환에 대해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의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구단은 80%가 찬성 의견을 낸 반면, 시도민구단은 71.4%가 반대하고 나서 향후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면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연합뉴스가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25개 구단 중 충남아산을 제외한 24개 구단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그중 절반인 12개 구단이 시즌을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종료하는 추춘제에 찬성했고, 나머지 12개 구단은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 의견을 낸 구단 중 7개 구단(전체의 29.2%)은 '찬성하며 당장 전환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찬성하지만, 일본의 추춘제 전환 경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한 구단은 5곳(전체의 20.8%)이었다.

찬성한 구단과 같은 수인 12개의 구단은 '반대한다.

춘추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K리그 추춘제 전환?…기업구단은 '찬성'·시도민은 '반대' 우위
◇ 기업구단은 80%가 찬성, 시민구단은 71%가 반대
각 구단이 속한 리그와 기업구단, 시도민구단 등 운영 형태에 따라 추춘제에 대한 입장은 확 갈렸다.

1부 리그 12개 구단 중 8곳(66.7%)이 추춘제 전환에 찬성했고, 4곳이 반대 입장이었다.

2부 리그에서는 반대로 12개 구단 중 4곳(33.3%)만 추춘제 전환에 찬성했고, 8곳은 반대했다.

구단 운영 형태에 따라 나눠보면 '전선'은 더욱 뚜렷하게 갈린다.

기업구단 10곳 중 8곳(80%)이 추춘제로의 전환에 긍정적이었고, 단 2곳만 반대했다.

반면 시도민구단 14곳 중에서는 추춘제 도입에 찬성한 구단이 4곳(28.6%)에 불과했다.

반대한 곳은 10곳으로 71.4%나 됐다.

아직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추춘제 전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한국의 계절과 잔디 환경, 관중 수익 등 여러 요소를 놓고 볼 때 지금으로서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게 현재 프로연맹의 입장이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대항전이 이미 추춘제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K리그와 함께 동아시아 프로축구의 양대 축을 이루는 일본 J리그가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 도입을 확정한 마당에 프로연맹이 추춘제 전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더 늦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설문 결과를 놓고 볼 때, 공론의 장이 열린다면 입장차가 큰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 사이에 한바탕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추춘제 전환?…기업구단은 '찬성'·시도민은 '반대' 우위
◇ 입장 엇갈리는 이유는? "클럽대항전 접근성 격차·시도민구단 특수성"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이 확연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점차 규모가 확대되는 대륙 클럽대항전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4개 구단 전체에 5개 항목을 제시하며 '춘추제를 유지하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난점'을 2개 꼽아보라고 한 결과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대항전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가장 많은 13개 구단(54.1%)의 선택을 받았다.

AFC는 2024-2025시즌 새로 출범하는 최상위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1천200만 달러(약 158억원)의 우승 상금을 내거는 등 아시아 프로축구의 '판'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투자의 여력이 비교적 큰 기업구단과 그렇지 못한 시도민구단 사이에 ACL에 대한 적극성, 나아가 추춘제 전환에 대한 온도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도민구단 조직의 특성상 외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버거워하는 점이 시민구단 다수가 추춘제 반대 입장을 낸 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타다 쓰는 시도민구단 입장에서는 연초에 시작해 연말에 끝나는 회계연도 문제가 추춘제 전환에서 가장 문제 되는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추춘제 전환?…기업구단은 '찬성'·시도민은 '반대' 우위
◇ 추춘제 바꾸면 흥행 저조·잔디 관리 걱정 63%
한편, '춘추제를 유지하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난점'을 꼽는 문항에서 '국제 표준과 이적시장이 불일치하는 점에 따른 외국인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꼽은 구단은 13곳(54.1%)으로 'AFC 클럽대항전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꼽은 구단 수와 같았다.

이어 '국내 톱 레벨 선수의 유럽 등 해외 진출 불리',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 경쟁력 약화'(이상 4곳), 'K리그와 J리그의 격차 확대'(3곳) 순이었다.

'추춘제로 전환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난점'을 2개 꼽아보라고 한 문항에는 '추운 날씨에 따른 관중 수 감소와 흥행 저조'와 '그라운드 잔디 생육의 어려움'이 각각 가장 많은 15개 구단(62.5%)의 선택을 받았다.

추운 날씨 자체가 가져다줄 운영상 문제점들이 가장 큰 난점으로 꼽힌 것이다.

이어 '선수 부상 가능성 증가'(6곳), '빡빡해질 경기 일정', '전환에 들어갈 비용 문제'(이상 5곳) 등이 꼽혔다.

추춘제는 세계 축구 중심인 유럽을 위주로 운영되어 오다가 아시아에서도 주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에 K리그도 '글로벌 스탠더드'인 추춘제에 발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연합뉴스는 현재 K리그를 구성하는 각 구단의 의견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설문 조사를 벌였다.

설문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진행했다.

각 구단의 대표이사, 사장, 단장 등 대표성을 가진 인사가 직접 설문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 구단이 이에 따랐으며, 일부 구단은 실무자가 작성한 뒤 대표이사 등이 추인하거나, 대표이사 등의 지시에 따라 실무자가 대리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전제로 설문이 이뤄졌으나 충남아산은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