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제정·상시 보호 체계 확립 요구……피해 의사, 가해자 고소
"응급실 폭행에도 인력난에 계속 근무"…의료계, 대책 마련 촉구
지난 주말 강원 강릉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만취 상태의 보호자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일과 관련해 의료계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원도의사회는 9일 "매번 응급 의료기관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진료실의 비상벨처럼 유명무실하다"며 "이 같은 폭력은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한 지방으로 갈수록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의사의 사명감만으로 지방 필수 중증 의료가 유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의사를 늘리는 무책임한 대책보다는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료진 폭행 방지를 위한 법률제정과 상시 보호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의료기관의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지방에 정주할 수 있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머리를 다쳐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의사 A씨에게 만취 상태의 보호자가 "말투가 건방지다",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는 등 폭언을 쏟아내고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보호자가 1시간가량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응급실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지난 8일 해당 보호자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사건 이후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때 생각에 숨이 막히곤 해서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며 "휴직까지 고려했으나 지역 응급의료기관 특성상 근무를 메꿀 인력이 없어 여전히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