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등 서방, 야권 동조하며 선거 비판…인·러·중은 당선 축하
야당 "선거 취소·하시나 총리 사퇴" 촉구…전문가 "폭력 지속" 우려
'야권 불참' 방글라총선 후폭풍…'압승' 총리, 공정성 논란 직면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야권 보이콧'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야권과 서방측의 공정성 비판 등 후폭풍에 직면했다.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은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서 299석 가운데 222석을 휩쓸었다.

하시나 총리는 총선 결과 윤곽이 드러난 8일 수도 다카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9일 전했다.

그는 이어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등 야권의 보이콧 효과를 평가절하하며 향후 5년간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 정당은 (총선 참가 여부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고 한 정당의 총선 불참이 민주주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BNP와 일부 군소정당들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여파로 국내 물가가 뛰고 민생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이후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야권은 2014년, 2018년 총선 때 부정이 저질러졌다면서 올해 공정한 총선을 위해서는 하시나 총리 내각이 사퇴하고 중립적 과도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야권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총선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후 이번 총선 투표율이 2018년 총선 때의 절반 수준인 42%로 잠정 집계되자 "보이콧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BNP는 총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총선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압둘 모인 칸 BNP 지도자는 "우리는 가짜 선거의 즉각적 취소와 하시나 총리 사퇴, 새 총선 실시를 위한 중립 정부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야권 불참' 방글라총선 후폭풍…'압승' 총리, 공정성 논란 직면
서방측도 총선 전과 마찬가지로 야권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국 국무부는 방글라데시 총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선거 부정 관련 보도와 폭력 행위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글라데시 정부에 폭력 사태 관련 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 외교부도 총선 과정에서 협박과 폭력 행위가 발생하는 등 민주적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인접국인 인도와 러시아, 중국은 하시나 총리의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도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 소재 한 대학 교수인 샤킬 아흐메드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총선이 정치적 혼란을 잠재울 가능성은 거의 없고 향후에도 폭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공공정책 분석가는 "국가 통치방식과 관련해 국민 의사가 제대로 표출되게 하려면 새로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장수 여성 국가지도자로 꼽히는 하시나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로 5번째 총리직을 맡게 됐다.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반독재 투쟁과 투옥 등을 거쳐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처음 집권했다.

이후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을 이유로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겼지만, 절치부심 끝에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했고 이번 총선 승리로 4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