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9일 오후 3시 13분

韓 기업 외화채 '인기'…조달 규모 1년새 두 배
SK하이닉스가 15억달러(약 1조9700억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한국물 발행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글로벌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대비 네 배 이상인 65억달러(약 8조55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등으로 글로벌 기관들이 대거 몰렸다.

신용등급 상승도 투자 수요가 몰린 배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2월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린 뒤 10개월 만에 다시 ‘안정적’ 신용도를 회복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외화채는 3년 만기 5억달러, 5년 만기 10억달러로 구성됐다. 외화채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는 3년 만기와 5년 만기 각각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에 1.45%포인트, 1.67%포인트를 가산해 결정됐다. 기관의 주문이 몰리면서 최초 제시한 금리(IPG)보다 0.4%포인트가량 격차를 줄였다.

업계는 올해 외화채 시장을 찾는 국내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 포스코 한화토탈에너지스 등도 외화채 조달을 추진 중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 발행 규모는 5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0% 늘어났다. 민간 기업의 조달 규모가 전년 대비 96% 증가한 92억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수출입은행도 3년 만기 8억달러, 5년 만기 8억달러, 10년 만기 4억달러 등 20억달러 규모 외화채를 발행했다. 아시아 미국 유럽 외에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투자자를 확보했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위기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한국물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의 외화채 발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